[새로운 공원문화 시민 손으로] ② 잔디도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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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점' 잔디광장 이용객 몰리며 곳곳 맨땅

부산시민공원 잔디광장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하는 줄이 설치되어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일 공식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특별히 열광한 것은 잔디였다. 도심에서 잔디를 마음껏 밟는 경험을 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에게 드넓게 펼쳐진 시민공원 잔디광장은 '신세계'였다.

그러나 잔디도 생명. 한꺼번에 몰려든 시민들의 발길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시민공원 개장과 함께 잔디가 신음하고 있다. 개장 이후 하루 최대 20만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공원 내 잔디밭은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특히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하야리아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훼손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4만 5천㎡ 규모의 하야리아 잔디광장 곳곳이 훼손돼 맨땅을 드러냈다. 하늘빛폭포가 있는 방문자센터 주변으로도 잔디 훼손이 심하고 보행길 주변 잔디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 출입통제 등 대책 부심
공놀이·보드타기 자제해야


시민공원 잔디는 국산종인 '중지'. 국산종 중 토종인 '야지'(들잔디)에 비해 잔디의 직립성이 좋고 병해충에도 강한 종으로 평가된다.

부산의 잔디 전문업체 에코마루 김한기 대표는 "아무리 강한 잔디종이라도 한계를 넘어선 발길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며 "잔디가 한창 자라나는 5월이라는 시기도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편의시설과 운동시설의 동선과 보행자 심리를 무시한 설계도 잔디 훼손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잔디를 이용하되 아끼고 보살피는 이용자들의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뜩이나 인파로 스트레스가 심한 잔디 위에서 공놀이와 보드타기 등 과격한 놀이를 하거나, 등산화나 하이힐을 신고 활보하는 등의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

부산시는 우선 오는 25일까지 하야리아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출입을 통제해 잔디를 보호하고, 잔디가 살아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설공단 강진철 공원단장은 "지난 주말 하야리아 잔디광장의 출입을 제한했는데 시민들이 비교적 잘 따라줬다"며 "시민들이 아끼고 보호하는 만큼 다시 잘 자란 잔디밭을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강윤경·김 형 기자 kyk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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