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부산 브니엘국제예술고 사태 장기화
국제반 재편성·교육청 감사에도 반발 계속
부산 금정구 브니엘국제예술고등학교 '국제반' 사태(본보 지난 3일 5면 보도)가 장기화되고 있다. 성적 우수자 중심의 '국제반' 편법 운영으로 촉발된 일부 예술반 학부모의 집회가 3주를 넘겼다. 학교의 반 재편성 수용과 부산시교육청 감사 결정에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제반'이 뭐길래=지난달 17일, 브니엘국제예고 1학년 학부모 30여 명이 시교육청에서 "국제반 해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학교가 1학년 미술 전공 중 성적 우수자로 우선선발한 학생을 중심으로 1학년 5반 미술반을 소위 '국제반'으로 꾸려 국·영·수 중심의 심화학습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1∼4반은 무용반 1개, 미술·음악반 3개로 나뉘어 있었다.
1∼4반 일부 학부모의 반발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불거졌다. 학교가 학부모 설명회에서 1∼4반과 5반의 내신성적을 통합 산출하겠다고 밝힌 것이 원인이었다. 시교육청은 예술고에서 성적을 중심으로 반 편성을 하고 국·영·수 심화학습을 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시정을 명령했다. 학교는 학사 일정상 중간고사 이후에 반 편성을 새로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예술반 학부모 집회 계속
항의 차원 자녀 인문고로 전학
실기교육 불신 해소 급선무
그러나 학부모들은 "반 재편성 뒤에도 논술 특강, 방과후 심화학습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명백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부터 진행된 중간고사에 1학년 1∼4반 학생 170여 명 중 140여 명이 불참했다. 지난 2일 시교육청이 특별감사에 착수했지만, 예술반 학부모 40여 명은 반 재편성을 거부하고, 학교 앞 집회, 재단이사장이 속한 병원과 교회 앞 집회를 통해 "재단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는 혼돈 속=현재 학교는 사실상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운 지경. 1학년 예술반과 '국제반' 학생과 학부모, 1학년 예술반 중 중간고사를 거부한 학생과 응시한 학생, 1학년과 나머지 학년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학년 예술반 한 학부모는 "모두 옮기는 것이 재단에 맞서는 것"이라며 지난 7일 자녀를 인문고로 전학시켰다. 전학을 고려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옮아붙었다. 정선재단 정근 이사장은 일부 학부모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재단에 대한 비방을 계속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재단 소속 4개 학교의 학부모 대표단도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로 해결하라"며 법적·행정적 조치를 언급했다.
■왜 안 풀리나=예술반 학부모들은 '국제반'과 내신 성적을 같이 산출하면 1∼4반만으로 내는 것에 비해 최소 2∼3등급이 내려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제반' 학생들은 성적 중심으로 선발됐고, 실기 대신 학업 중심 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반 재편성을 해도 내신 격차는 여전하리라는 것이다. "결국 '국제반' 학생들이 (일반고로) 전학 가는 수밖에 없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사태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재단이 비싼 수업료를 받으면서 예술고의 본질인 실기 교육에 소홀하다"는 학부모의 불신이 해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최근 누적 적자 3억 원에 달하는 심각한 재정 적자를 발견하고 스스로 시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브니엘국제예고 측은 "최초 요구는 모두 수용됐고, 국제반 학생 전학 등은 학사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데에는 시교육청 책임도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입시 홍보 과정에서 이미 '국제반' 운영 계획이 드러났음에도 지난달에야 뒤늦게 실제로 '국제반'이 편법 운영된 사실을 알았다. 앞서 교명을 브니엘국제예고로 바꾸는 걸 허가해 문제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곽명섭·최혜규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