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지금이 제철] 거제 하청면 맹종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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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생산량의 70% 한 달간 채취

국내 죽순 총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거제맹종죽순' 캐기가 한창이다. 거제맹종죽순은 부드럽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거제맹종죽영농조합법인 제공.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지천인 경남 거제에도 때를 놓치면 안되는 특산물이 있다.

자연이 주는 귀한 선물 '맹종죽순'이다.

맹종죽순은 대나무 중에서 가장 큰 품종인 맹종대나무의 새순으로 충만한 봄기운에 굳은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미는 4월 중순부터 겨우 한 달 남짓 채취가 가능하다.

설핏 들어도 사연이 있을 법한 '맹종죽'이란 이름에는 한 청년의 지극한 효심이 담겨 있다.

日서 들여 온 3그루가 시초
현재 16만㎡ 숲 장관
타 지역보다 이른 생산
육질 부드럽고 맛 뛰어나

구전설화에 따르면 중국 삼국시대 맹종(孟宗)이라는 청년이 살았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모친이 한겨울 죽순을 먹고 싶다고 해 눈 쌓인 대밭으로 갔지만 대나무 순이 있을 리 없었다.

안타까워 흘린 눈물이 대밭에 떨어지자 놀랍게도 대나무 순이 올라왔다. 맹종이 이를 가져다 모친에게 먹이자 병환이 말끔하게 나았다고 한다.

이후 설화와 함께 맹종죽은 섬나라 일본으로 먼저 전파됐고, 1927년 거제 하청면에 살던 신용우 씨가 일본 산업시찰 후 가져온 3주가 거제는 물론 국내 맹종죽림(林)의 시원이 됐다.

국내 맹종죽의 80% 이상이 거제에서 생산되는데 하청면에만 16만여㎡에 이르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장막처럼 펼쳐져 있다.왕대나 솜대보다 부드러워서 세공용이 아닌 식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새순이 올라오는 이맘 때 죽순걷이가 한창이다.

원뿔 모양으로 솟아난 죽순은 괭이질 한 두 번이면 뽑아낸다. 직경이 15㎝ 정도로 다른 종에 비해 크고 굵다. 딱딱한 밑동을 잘라낸 뒤 껍질을 벗기면 흔히 볼 수 있는 계단 모양의 깨끗한 속만 남는다.

이런 방식으로 봄 한철 거제에서 생산되는 맹종죽순이 약 200여t, 5억 원 상당이다. 국내 죽순 총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양이다.

거제맹종죽순은 타 지역산에 비해 생산시기가 빨라 육질이 부드럽고 특유의 아삭거림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생산 물량 대부분이 외지로 팔려나가는데, 최대 소비처가 대나무 마을로 유명한 전남 담양군이다. 죽순 요리 전문점은 줄을 섰지만 정작 재료가 될 죽순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서울 등 수도권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 고급 뷔페식당 등으로 공급된다.

생산자 단체인 거제맹종죽영농조합법인 여창모 대표는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돼 있어 다양한 고기는 물론 각종 야채와도 궁합이 잘 맞는 봄철 건강식이라 요즘 많이들 찾고 있다"고 했다.

특유의 전통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은 거제맹종죽순은 지난 2012년 산림청 지정 지리적표시 제30호로 등록됐다.

거제시는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30억 원을 들여 하청면 맹종죽림 10만㎡를 관광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 대나무 숲을 활용한 다양한 레포츠까지 겸비한 '거제맹종죽테마파크'는 지난해 안정행정부가 주관한 '우리마을 향토자원 Best3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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