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폐막] 이란 아스가리 감독의 '두 시간, 그 이상'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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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 '콩나물' 3관왕

29일 폐막식에서 연기상 수상자인 아역배우 김수안 양이 나소원 BISFF 상임위원장으로부터 트로피를 전달받고 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제공

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가 29일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폐막식을 갖고 막을 내렸다. 세월호 사고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열렸지만, 짧은 시간 속에 긴 여운을 담은 작품들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번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은 이란 출신 알리 아스가리(사진) 감독의 '두 시간, 그 이상'이다. 여성의 정절을 중요시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한 쌍의 연인이 겪는 긴박한 상황을 그렸다. 장센민(중국 베이징영화아카데미 교수) 심사위원은 "숨막히는 드라마와 진정성, 뛰어난 연기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해 전화로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알리 아스가리 감독은 "조금 전 칸 영화제에서 초청 소식을 들었는데 더 기쁜 소식을 듣게 돼 어쩔 줄 모르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수상에는 알레한드로 텔레마코 타라프 감독(아르헨티나)의 '깊은 계곡'이 선정됐다. 엄마를 잃은 이후의 삶에 대해 불안해하는 제로니모에게 카메라는 설명과 강요 없이 그저 깊은 계곡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원신연(영화감독) 심사위원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하며, 관객을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고 평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르노 드 퓌테와 기 보르당(벨기에)이 공동 연출한 '다른 곳에서 온 그녀'가 차지했다.

부문별 시상에서는 3관왕과 2관왕이 나왔다. 윤가은 감독의 '콩나물'은 넥스트 제너레이션상, 연기상, 관객상을 한꺼번에 받아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월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부문 K플러스 단편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할아버지의 제삿날 콩나물 심부름을 나온 일곱 살 소녀 보리가 시장에서 길을 잃고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를 만나 겪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뤘다. 윤 감독은 "너무 슬픈 사고가 있었지만 많이 봐 주신 관객들께 감사하다"며 "이번 수상에서 용기를 얻어 더 좋은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주인공을 맡은 김수안 양은 연기상 수상 소감에서 "치어리딩으로는 상을 많이 받아 봤는데 영화로는 처음 받는 상이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앙 베일리 감독은 '겸손의 의미'로 감독상·시나리오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프랑스에 유학 온 이슬람권 여성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교수에게 겸손의 의미를 설명하는 내용이다.BISFF가 위촉한 관객심사단이 뽑은 부산 시네필 어워드는 구교환 감독의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 돌아갔다. 지역 영화 전공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동시대 젊은이의 상실감, 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을 해학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지역 대학 영화 관련 학과 학생들의 다큐멘터리를 놓고 경쟁한 오퍼레이션 키노 부문에선 'XXX'를 출품한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의 김소민 씨가 최우수작품상, '경마 이발관'을 낸 동의대 영화학과 김한용 씨가 우수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인 로베르토 바루코 씨는 총평 끝에 한국말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한국 화이팅, 부산 화이팅!"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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