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멈춰버린 '174(구조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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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10일째인 25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수중 구조작업 장비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 벨'이 사고 해역으로 향하는 바지선에 실리고 있다. 다이빙 벨은 지난 21일 사고 해역에 투입됐으나 구조당국으로부터 '기존작업에 방해가 되고 이미 설치된 바지선과의 안전사고 우려' 등 이유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고 철수된 바 있어 '오락가락' 구조 작업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오늘도 '174(최초 구조자 수)+0(추가 생존자 수)'. 어떻게 열흘 동안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가.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째인 25일에도 추가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침몰사고 당시 174명이 구조된 이후 추가 생존자 숫자는 여전히 '0'에 머물고 있다. '174+0'이 '174+1, 174+2…'로 연이어 바뀌는 기적을 염원하던 국민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참사 열흘째가 되면서 실종자 가족의 간절함은 거센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일부 가족은 분노를 넘어 정부에 극도의 증오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참사 초기부터 우왕좌왕하고 지금까지 실종자를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극에 달하고 있다.

추가 구조 1명도 없어
반성·사죄 없는 정부
구조 더디고 우왕좌왕
가족·국민들 '분노'


25일 오전 1시 30분께 전남 진도군 팽목항. 100여 명의 실종자 가족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사령탑인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겹겹이 에워싼 채 총력적인 수색에 나서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지금이라도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눈물로 애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 장관 등이 24일 오후 5시께 가족들에게 구조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은 직후부터 줄곧 계속됐다. 정부가 당초 공언과는 달리 물 흐름이 느려지는 소조기인 지난 22~24일 뚜렷한 구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참사 이틀째인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1분 1초가 급하니 관계자들은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정부는 혼란스럽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반성이나 사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174+0'이란 숫자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참사 열흘째를 맞으면서 실종자 생환을 애타게 기다렸던 국민들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부를 질타하는 거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선사의 안전 불감증, 승객을 두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비윤리적인 사고 대처 등에 절망한 국민들은 이제 부실한 재난대응체계로 일관한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국민들은 우왕좌왕하고 책임을 미루는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겠고 너무 원망스럽다"고 지적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던 정부의 그간 약속들이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은 실종자들의 생환을 염원하며 두 손을 모으고 있다. '무사할 거라 믿고 울지 않고 기다릴 거야, 너무 보고 싶어' '사랑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제발 죽지 마 빨리 돌아와' 등등….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뿐만 아니라 팽목항, 진도체육관 등에 빼곡하게 붙은 메모와 노란 리본들은 '174+0'이 마침내 바뀌는 기적을, 달라진 정부의 사태 인식을 진정으로 염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오신정(44·부산 해운대구) 씨는 "차갑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무능한 정부를 믿고 기다렸을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 눈물만 나온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실종자들을 생환시키지 못한다면 정부는 범국민적인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철·김현아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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