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유병언 전 회장 일가·계열사 불법 외환거래 집중 조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횡령·배임·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압수수색이 진행된 경기도 안성시 종교시설인 '금수원'. 연합뉴스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과 관계사들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수십억 원대의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계열사는 임원의 돈을 운영자금으로 빌렸다가 "빚을 갚지 않기로 약정했다"며 빚을 털어내기도 하는 등 정상적 거래라고는 볼 수 없는 수상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 회사 경영의 핵심 인물이자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혜경 씨(52)는 21일 유 전 회장 등 회사 관계자 30여 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유 전 회장 일가족과 관련된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외국환 거래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국세청과 관세청도 은닉재산과 역외 탈세 혐의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에 나섰다.

유 전 회장 측근 등 30여 명
출국금지 조치 전 출국
유씨 일가·계열사·임원
수상한 돈 거래도 드러나

25일 관련 회사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 씨가 최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는 회삿돈 최소 26억 원을 유 씨 일가와 회사 대표이사에게 빌려줬다.

이 회사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유 전 회장의 동생 병호 씨에게 8억 원을, 2013년엔 유 전 회장의 딸 섬나 씨에게 5억 원을 빌려줬다. 트라이곤코리아의 대표이사 권모 씨도 2011년까지 13억 원을 회사에서 빌렸다.

또다른 계열사 ㈜온지구는 2003년까지 대표이사 이모 씨 등 임원 4명에게 최소 32억여 원을 빌려줬다. 2009년 새로 부임한 대표이사 채모 씨는 회사에서 8억 원을 빌렸다가 2012년 모두 상환했다. 이들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유 씨 일가나 임원에게 회삿돈을 빌려준 이유나 이자율·담보설정 여부는 기재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2009년 말까지 대주주로 있었던 국제영상은 반대로 2006년 말 기준으로 임원으로부터 약 30억 원을 빌려썼다. 이 가운데 26억 원 가량은 채권자와의 약정으로 채무가 면제됐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순 없지만 임원이 회사에 돈을 사실상 '증여'한 셈이다.

한 회계사는 "중소기업의 경우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임원에게 돈을 빌릴 수도 있는데 통상 증자나 사채발행 같은 방법을 쓴다"며 "그런데 상식적으로 채권자가 돈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일가와 계열사 임원에 대한 돈거래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회삿돈을 이처럼 자기 돈처럼 빈번하게 빌려쓴 이유에 대해서도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불투명한 회사 운영 관행이 청해진해운의 부실운영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이번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세월호 참사의 파문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포함해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해, 다판다, 세모, 문진미디어, 온지구, 21세기, 국제영상, 금오산맥2000, 온나라, 트라이곤코리아 등을 대상으로 불법 외환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유 전 회장 일가가 아해 프레스 프랑스 등 13곳의 해외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법 외환 거래가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 측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핵심 수사 대상 인물을 도피시켰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23일 유 전 회장의 자택 등 거주지 3곳과 청해진해운, 다판다를 비롯한 계열사 12곳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지만 몇몇 회사와 단체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들이 지워진 것을 발견했다. 일부 회사에선 전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포맷돼 있었다. 해외로 출국한 김혜경 씨는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 6.29%를 보유해 유 전 회장의 두 아들(각각 19.44%)에 이은 3대 주주다.

또 다판다의 지분 24.41%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