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구멍 뚫린 해상 구난 시스템… '전담 기관' 설립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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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남 진도군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김형준 센터장이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운영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의 헛발질 구난 작업이 지속되면서 해상 구난·방재 전문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육상의 소방방재청과 유사한 '해상재난안전청(가칭)'과 같은 해상 재난 사고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상 재난사고 때마다 시스템 부재, 전문가 부족 등 문제들이 지적돼 왔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상 선박 좌초·침몰 사고나 유류오염 사고 등 해상재난 사고 전담 기관 설립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사·정보 권한 중심
해경 제 기능 수행 못해
해상 사고 대응엔 허술
책임·수사 기형구조 개선돼야


현재 해양 재난 사고는 해양경찰이 총괄하고 있으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해상뿐만 아니라 육상에서까지 수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작 핵심 업무인 해상 사고 대응에 대해선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해경은 영역이 해상 경비와 구난 방재뿐만 아니라 수사와 정보까지 확장돼 있다. 육상으로 따지면 경찰과 소방이 나눠 갖고 있는 업무를 바다에서는 해경이 다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해경이 수사와 정보까지 영역을 넓힌 경우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호주 등의 해경은 대부분 해안경비대(Coast Guard) 형태로 인명구조, 안전관리, 환경보호,안보 등의 분야에 집중한다.

실제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해경의 구난 작업의 비전문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세월호의 침몰 직전 내부진입 시도가 너무 늦어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해경의 대응력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구조 작업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 전반에서 해경의 허술한 대처는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연안 여객선 관리감독 책임은 해경에 있다. 그러나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실에 대한 지도 감독을 형식적으로 실시해 세월호의 관행적인 과적과 허술한 화물 결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해경 관리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10여 분 동안 세월호의 이상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

연안 여객선 안전 관리와 진도 VTS는 각각 서해페리호 사고와 태안 기름 유출사고 이후 관리권을 해양수산부(국토해양부)에서 해경이 넘겨 받았다.

해양분야의 한 교수는 "VTS(Vessel Traffic Service)는 말 그대로 해상 교통 안내 서비스인데,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행사하면 승무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해경으로의 이관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부산항 한 관계자는 "해경이 수사와 정보라는 권한을 통해 각종 인허가권에 눈독을 들이며 덩치를 키워왔다"면서 "문제는 해경 조직 자체가 수사와 정보 중심이 되면서 인명 구조 등 해상 사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 사고 구조와 관련한 책임이 해경에 있지만 이에 대한 수사권도 해경이 가진 기형적인 구조가 해경의 안일한 대응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지역 해양업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선 해상재난안전청 같은 특화된 기구를 설립해 해상 경비·구난 업무에 특화하고, 수사와 정보 업무는 경찰에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h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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