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하지만 뜻깊은 부산 첫 '세월호'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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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신라대학교 상경관에 학생들이 마련한 침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에서 학생들이 분향하고 묵념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4일 오전 11시께 부산 사상구 괘법동 신라대. 상경대 건물에서 밖으로 걸어나오던 학생들이 신나게 재잘거렸다. 중간고사가 끝나가는 시기라 학생들은 한참 신이 났다.

하지만 잠시 후 이들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조그마한 분향소였다. 학생들은 잠시 신났던 기분을 접고 분향소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이 대학 상경대학생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상경대 건물 현관 옆에 '세월호' 침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렸다.


신라대 상경대 학생회
용돈 털어 희생자 추모
"뭔가 해야 하기에…"


예산이 없어 사비를 털어 만들었기 때문에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은 벽 앞에 작은 테이블과 2개의 촛대, 향로 등이 전부인 조촐한 분향소였다.

학생들은 헌화를 위한 꽃도 생각했지만, 값이 비싸 향을 준비했다. 학생회 측은 상가를 가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분향방법도 종이에 자세하게 적어놨다.

이를 보고 처음에 쭈뼛거리던 학생들은 용기를 내어 분향하기 시작했다. 한 학생이 향을 피워 향로에 꽂고 묵념하자 다른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했다. 김영호(24) 씨는 "진도에 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지만, 중간고사 때문에 가보지 못했는데 이런 자리가 있어 조의를 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향소가 차려지자 학생들의 조문이 잇따르고 주위에는 경건한 모습 등 추모 분위기가 형성됐다. 분향소 일대는 평소 학생들의 흡연장소였지만, 학생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흡연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현수 상경대학생회장은 "'세월호 참사에 단순히 같이 마음만 아파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 행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분향소를 차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차후 성금 모금, 자원봉사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은 마지막 희생자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분향소를 유지할 계획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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