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민주화 아직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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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불구 빈부격차 심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는 길고도 참혹했던 세월의 터널을 벗어나 오는 27일 민주화 20주년을 맞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하지만 아직도 남아공에는 보이지 않는 아파르트헤이트가 존재하는 듯하다.

남아공 거리엔 걸인이나 차를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흑인이다. 흑인 인구의 절반가량은 하루 연명이 힘들 정도의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일 남아공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기업 임원진 3분의 2를 여전히 백인이 차지하고 있고, 전체인구의 79.6%에 달하는 흑인은 19.8%에 불과했다. 남아공 통계청은 지난해 조사결과 백인의 월평균 수익이 1만600랜드(106만원)에 달했으나 흑인은 2천600랜드에 머물러 흑인의 수입이 백인의 4분의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빈부격차의 정도를 알려주는 지니계수(0은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도 2011년 0.63으로 만델라 정권 출범 직전의 0.59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미 중앙정보국(CIA) 조사로는 2011년 남아공의 불평등 수준은 조사 대상 136개국 중 135위였다.

좀처럼 좁힐 수 없는 빈부격차에 대한 절망감은 남아공의 치안상황에 그대로 반영된다. 최근 인터폴 자료에 따르면 남아공의 강력 범죄 증가율은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20년간 장기 집권해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부정부패 문제도 심각하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남아공에는 정부사업 입찰(tender)에 관여해 기업가(entrepreneur)처럼 부를 축적하는 부패 정치인과 관료를 일컫는 '입찰사업가(tenderpreneur)'란 신조어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오는 5월 7일 열리는 남아공 총선에서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는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부패·성폭행 등 혐의로 10여 차례 기소된 바 있다. 남아공 국민권익보호원은 지난달 19일 주마 대통령이 사저를 개보수공사하면서 '직무와 관련이 없는' 시설비와 수리비가 과도하게 집행됐다며 정부지원금 2천300만 달러(245억여 원)의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고 발표, 선거 쟁점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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