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탈출!- 야외에서] 차가운 물에 빠졌을 땐 최대한 빨리 부유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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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나들이철이다. 그러나 사고 위험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위기의 순간이라도 안전 요령을 충분히 습득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자신은 물론 남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 사진은 안전 장구를 이용해 물에 빠진 사람을 한 소방대원이 구출하고 있는 장면.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다. 승객 버리고 탈출한 선장을 보며 다들 분개한다. '믿을 놈 없다'는 말이 딱 이짝이다. 별 수 없다. 우리 몸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비상 상황 탈출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더구나 세상구경하기 좋은 철 아닌가.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은 철이란 얘기다. 특히 이맘때면 여행지로 이동하다 발생하는 사고가 잦다. 교통수단별 위기 탈출 요령을 정리해 봤다. 부산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과에서 도움을 줬다. 참, 잊지 말자. 사고 대처 요령의 출발점은 '침착'이다.

선박사고 저체온증 극복이 관건
자동차사고 대비 해머 구비 '꼭'
화재 사고 유독가스 피하려면
물 적신 수건으로 입 가려야
물놀이 사고 첫 4분 '골든 타임'
응급조치로 뇌 손상 줄여

■자동차 사고-탈출용 해머 하나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우선 차 밖으로 나오는 게 급선무다. 차가 물에 빠졌다? 수위가 높아지면 문이 잘 안 열린다. 자칫 차내에 갇혀 위험천만이다. 탈출용 해머로 유리창을 깨고 나온다. 앞쪽 유리창보다는 옆쪽이나 뒤쪽 유리창을 공략한다. 더 깨기 쉬워서다. 탈출용 해머는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생명과 관련 있는 장비니 비치해 둔다. 유리창을 깨면 물이 순식간에 차 안으로 들어온다. 그 전에 큰 숨을 들이쉬는 게 좋다.

터널 내 사고로 멈춘 자동차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터널 내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 대피요령은 다음과 같다. 주변에 있는 소화전이나 차량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끈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일단 차 밖으로 나와야 한다. 2차 폭발 사고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 대피 방향은 기류의 반대쪽이다. 양방향 터널일 경우 옆 터널의 방화문으로 몸을 피한다.

■비행기 사고-탈출이 가장 중요

비행기 사고는 대개 대형이다. 비행 중 위기상황이 벌어지면 승객이 할 수 있는 건 충격 방지 자세를 취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게 생존과 직결된다. 벨트를 매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양손으로 양 발목을 꽉 잡는 게 가장 안전한 자세다. 승무원들이 항상 시범을 보이는 그 자세다. 비행기 탑승 땐 긴 바지와 긴팔, 편안한 신발이 안전에 도움을 준다. 가벼운 상처를 막아 줄 수 있고, 체온이 손실되는 걸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하이힐을 신었다면 비상 슬라이드 탈 때 반드시 벗어야 한다. 슬라이드가 찢어질 우려가 높다.

비행기 사고 시 가장 위험한 것 역시 화재다. 비행기는 날개가 연료통이라서,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기체가 땅에 닿으면 무조건 안전벨트 풀고 비상구를 이용해 탈출한다. 일단 기체에서 빠져나왔으면 돌아보지 말고 달려 나가 기체에서 떨어지는 게 좋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짐 같은 건 다 포기하고 몸부터 챙긴다.
좌초된 선박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선박 사고-익사보다 저체온 더 위험

이번엔 선박 사고 시 행동요령을 보자. 사고가 나면 우선 큰 소리로 외치거나 비상벨을 눌러 사고를 알린다. 불이 나면 소화기를 이용해 소화작업을 벌이고 창문을 깨서 환기를 시킨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의자 밑이나 선실 내에 보관된 구명복을 입고 물속에서 행동이 쉽도록 가능한 한 신발을 벗는다. 구명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물 속에 뛰어들었다면 신속하게 육지 쪽으로 이동한다.

배에서 탈출한 후 사망하는 사람들의 주 원인은 익사가 아니라 체온 저하다. 차가운 물에 빠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가능한 한 빨리 부유물을 찾아 그 위로 올라와야 한다. 그게 힘들다면 조금이라도 신체의 많은 부분을 물 밖으로 내놓는다. 어떤 옷이라도 벗어서는 안 된다. 모자, 코트, 벙어리장갑도 열을 보호해 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물속에 있어야 한다면? 물속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열을 더 빨리 빼앗기기 십상이다. 물속에서는 팔을 서로 끼고 다리를 올려 당기고 머리는 물 밖에 세워 머리, 몸통, 사타구니를 가능한 한 보호해 열 손실을 줄여 준다. 바다에 표류할 때는 아무리 목이 말라도 바닷물을 마시면 절대 안 된다. 염분으로 인해 탈수증이 생긴다.

■화재 사고-옷에 물 적셔 입부터

화재 현장에선 탈출이 우선이다. 화재 진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첫 5분. 불이 활활 타오르지 않고 연기가 모락모락 날 정도면 비치된 소화기로 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불이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옮겨붙었다면 무조건 탈출해야 한다.

화재 사고의 경우 대부분 연기 탓에 사상자가 발생한다. 이때 나오는 유독가스는 시안화탄소, 포스겐,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시안화탄소와 포스겐은 맹독성 유독가스다. 유독가스를 한 번이라도 마시게 되면 정신을 잃게 된다. 해서 손수건이나 옷에 물을 적셔서 입을 가려야 한다. 몸에 불이 붙으면? 얼굴을 가리고 땅에 굴러야 한다. 옷을 벗으려고 애쓰거나 달려가지 말자. 불에 산소를 더 공급하게 돼 피해를 키우게 된다. 머리에 불이 붙었다면 옷을 벗어 끈다. 팔에 붙었을 때는 담요나 수건으로 팔을 덮어 끈다.

■물놀이 사고-부력 있는 물건 던져야

물이 반가운 계절이 다가온다. 물놀이 사고 대처 요령을 익혀 두는 게 필요하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있다고 자력으로 구조하려 하다간 큰일을 자초하게 된다. 수영 실력이 뛰어나도 구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익수자를 직접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놀이 사고 때는 첫 4분이 중요하다. 이때까지는 심폐소생술로 익수자의 뇌 손상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쥐가 났다고 날카로운 물건으로 찔러 피 빼는 것도 무모한 행위다.

구조대원이 있는 곳에서 물에 빠졌다면 한 팔을 머리 위까지 들고 아래·위로 저어 위치를 알린다. 한 팔만 이용하는 것은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발이 바닥에 안 닿으면 당황할 터. 그럴수록 몸에 긴장을 풀어야 한다. 머리까지 물에 잠긴 상태라면 양 팔을 옆으로 벌렸다 몸 쪽으로 붙이면서 다리를 저어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쉰다. 구조를 요청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계곡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서 부력 지닌 물건을 던져 준다. 나들이용 아이스박스 같은 물건이 적합하다. 긴 막대기를 구할 수 있다면 막대기를 익수자 몸에 닿도록 밀어준 뒤 물 밖으로 당긴다. 국지성 강우로 계곡 물이 불어나 물의 양이 성인의 무릎보다 높을 때는 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안전한 물놀이 습관도 배워 두자. 물놀이는 반드시 안전요원 있는 곳에서 한다. 구명복은 누구나 착용하고 자신의 몸에 잘 맞는 걸 마련한다. 아동의 구명복은 너무 헐렁해선 안 된다. 구명복만 물에 뜨는 일이 벌어진다. 음주 수영은 금물이다. 취기로 만용 부리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거나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다.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잘 때는 텐트 속에 칼을 준비한다. 밤사이 물이 불어나 텐트를 덮쳤을 때 텐트를 찢고 나오는 장비다. 급박한 상황에서 텐트 지퍼를 열고 나오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임태섭 기자 tsli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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