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 흐르는 북카페? 도심 속 포교당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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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커피, 음악 그리고 이야기를 아우르는 공간인 북카페를 전면에 내건 함양 대운사 부산포교당. 하얀 연꽃을 뜻하는 '쿠무다' 간판이 눈길을 끈다. 대운사 부산포교당 제공

범어사 말사인 함양 대운사의 부산포교당을 찾았다. 지난해 말 부산 송정 바닷가 한쪽에 새 포교당을 마련했다고 해서였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건 사찰이 아닌 문화공간이었다.

천장까지 닿은 큰 나무가 중심을 차지한 북카페가 1층에 들어서 있었다. 테이블 간격이 넓어 여유롭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내부의 벽면과 테이블 곳곳에는 책들이 꽂혀 있다. 불서 명상집 소설 등 1천여 권이라 한다.

대운사 부산 포교당 '쿠무다'
지난해 말 송정에 새 터전
전시·강연 열리는 문화공간
"일반인에 다가가는 포교를"


1, 2층 합쳐 400여㎡쯤 되는 북카페엔 뱅앤올룹슨 스피커로 클래식 선율이 흘러 귀를 즐겁게 했고, 북카페 내부 한쪽에선 민화전도 열리고 있었다. 사찰이라고 여길 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포교당 법당은 다른 출입구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서야 만날 수 있었다. 불상을 모셔 놓고 천장에 연등들이 걸렸지만 전통적인 여느 법당과는 다른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쿠무다(KUmuda)'. 대운사 부산포교당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내건 이름이다. 낯선 외국어에 궁금증이 난 손님들이 종종 뜻을 묻는다는데, 산스크리트어로 하얀 연꽃을 뜻한다. 불교적 뜻을 담고 있으면서도 불교적 색채는 묻어나지 않는 명명.

색다른 형태의 도심 포교당 문을 열게 된 대운사 주지 주석 스님은 불교계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불교방송에서 음악프로그램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진행하며 불교의 향기를 전국으로 전파하기도 했다.

스님은 "음악과 글을 좋아하기도 하고, 기존 사찰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북카페나 문화적 기능이 다리 역할을 해서 기도뿐 아니라 대중과 호흡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방송 등으로 맺은 인맥이 탄탄해 쿠무다에서 열리는 문화 강좌나 북 콘서트에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사들이 초대된다.

불교 전문가로 잘 알려진 영남일보 이춘호 기자, 안도현 시인, 남해 용문사 주지 성전 스님, 가수 고한우 씨가 이미 쿠무다 이야기 콘서트에 초대됐으며 불자 연예인 이수근 씨, 혜민 스님, 문태준 시인, 정호승 시인 등이 올해 내로 쿠무다를 찾을 예정.

"작다면 작은 시작이지만 문화 포교의 역할을 해 나가고 싶어요." 도시인들의 삶을 읽고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도록 하려고 쿠무다를 시작한 셈이다.

스님은 상업적으로 치우칠 생각은 없다. 쿠무다 운영도 불교 마인드로 문화 교육이 이뤄지는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스님은 "저 역시 어려운 시기에 책을 읽으며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지혜를 절감했다. 쿠무다를 통해 평화와 행복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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