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외신 반응 "이렇게 늑장 대응하고 지위 온전한 국가 지도자 서방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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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해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한데 대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감정적 발언'이라고 비판한 가디언(왼쪽)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홈페이지캡처

"세월호 참사는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만 '살인'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선장과 일부 선원들이 승객을 방치한 채 먼저 탈출한 것에 대해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에 대해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지나치게 감정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비극적인 사건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지만, 세월호 승무원들을 '살인자'라고 규정지을 만큼 상황이 간단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살인 같은 행위' 대통령 비난
정부 무능 책임 돌리려는 발언"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건가"
외신들 박 대통령에 직격탄


방송인이자 작가인 메리 데제브스키는 '세월호 참사, 참으로 끔찍하지만 살인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이날 칼럼에서 "서방에서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 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이 사고 6일 만에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말하고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칼럼은 지난 1987년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 여객선이 벨기에 제브류헤에서 침몰해 193명이 사망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선박의 선수문(승객들이 드나드는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승무원에게 모든 비난을 쏟아내는 건 주저했다"고 지적했다. 사람보다는 과정의 잘못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1일(현지시간)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사고 초기 (구조자 수 집계 등) 오보와 느리고 분별력 없는 대응으로 비판 받은 정부의 재해 대처 문제점에 대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판 '코리아 리얼타임'은 이날 '박 대통령, 세월호 승무원에 이미 유죄판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민적 공분에 편승한 듯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이 기사에서 외국인들의 반응도 전했다. 한국 전문가 에이단 포스터 카터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승무원들을 살인자라 규정함으로서 이미 판결을 내린 거나 다름없다.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 다니엘 핑크스톤은 트위터에 "경솔한 발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고가 어떻게 공정한 재판을 받겠는가.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으니 피고들이 재판을 받게 될 건 자명한데"라는 글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영문 기사 관련으로 홈페이지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선원들에게 '살인과 같은 행위'라고 한 것이 옳았느냐'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중이다. 24일 오전 9시30분 현재 4천327명이 투표를 했고 이중 65.7%(2천844명)가 '옳지 않다(No)'라는 답변을 했다. '옳다'라는 응답은 34.3%(1천483명)에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도 21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세월호의 비극은 한국 정치 기업 문화의 사각지대를 돌아보라는 경종"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정부기관이 삼류로 드러난다면 경제가 일류인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승아 기자 se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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