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이동규 재난안전 전문가 "현장 지휘소 부재로 재난 효과적 대응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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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타산지석 삼아야"

"현장을 지휘하고 통제할 현장 지휘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부산 동아대 이동규 교수가 19~21일 2박 3일간 세월호 침몰 사태 수습 현장을 다녀온 뒤 내린 평가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한 재난을 5년간 연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태 이후 진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며 수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 가운데 팽목항은 사고 발생지점에서 가장 가까워 사고 해역에서 발견된 시신이 들어오는 곳이다. 또 해경, 해군, 민간 다이버들이 바다로 향하는 장소기도 하다.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최전방 지역인 셈. 하지만 이 교수는 최전방에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고 수습에도 잡음이 많았다. 해군과 해경이 엇박자를 냈다. 또 잠수시간을 늘리는 머구리배, 야간작업을 도와주는 채낚이 어선 활용과 같은 민간 차원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뒤늦게 수용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일들이 현장 지휘소 부재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6천t급의 배를 인양한 적이 없다. 엄청나게 조류가 빠른 곳에서 300여 명의 시신을 6천t급 배에서 수색한 경험은 더더욱 없다. 경험이 없어 제대로 된 대응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검토해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내어놓고 토론할 현장 지휘소가 없다 보니 이러한 이야기들이 공중에서 다 흩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해경과 해군은 범정부대책본부가 중심을 잡고 있다고 하지만 범정부대책본부는 현장을 볼 수 없는 진도구청에 있다. 진도구청과 팽목항은 차로도 30분 거리다.

이 교수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휘를 해야 하는 데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지휘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속에 휩쓸려 힘도 전혀 못 쓰는 무인잠수정 투입 같은 일이 발생했다. 이곳의 유속과 잠수정의 성능만 파악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이 교수는 늦었지만 팽목항에 제대로 된 현장 지휘소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 지휘소에서 의견제시, 의문 사항 등을 이곳에 모여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팽목항 상황실에는 해경, 해군 등이 배치되어 있지만 아무런 권한도 없이 민원 창구 수준의 역할만 감당하고 있다. 이 상태로는 남아있는 실종자 수색, 인양 등의 문제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부산해경, 남해해경도 세월호 사고를 통해 재난이 발생할 때를 대비한 현장 지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부산은 해양 사고로 부터 결코 안심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재난 현장 지휘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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