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지켜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생업 잠시 미루고 조문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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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임시분향소 표정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침몰 세월호의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조문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는 24일 이른 아침부터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23일) 오전 9시부터 문을 연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조화와 모니터 앞을 지나 제단 앞에서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묵념했다. 일부 조문객은 '죄송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을 되뇌이며 눈물을 훔쳤다.

직장인·학생·자영업자…
이른 아침부터 찾아 '묵념'
조문객 이송 버스 운행
유명인사 발길도 이어져

24일 현재 제단에 안치된 단원고 교사와 학생의 영정과 위패는 총 48위이며 같은 날 14건의 장례식이 진행됨에 따라 위패안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날 개소 이후 24일 오전 8시 현재까지 분향소를 다녀간 조문객은 모두 1만 3천7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합동대책본부는 조문객 편의를 위해 오전 10시~오후 10시 버스 8대를 동원, 시내 주요 지역과 분향소를 순환하고 있다.

앞서 23일에는 하루 종일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단원고 교복을 입은 선·후배도 삼삼오오 고개를 떨군 채 분향소를 찾았다.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온 1학년 여학생 3명은 "그냥 선배들 보러 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조문에 앞서 '언니 오빠들 너무 보고 싶어요. 꼭 살아서 웃는 모습으로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글을 메모지에 적어 분향소 출입문에 붙였다.

생업을 잠시 미뤄두고 분향한 시민도 많았다. 한 유치원 교사는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뉴스를 보고 아이들을 먼저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왔다"고 했고, 상점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남 일 같지 않아 가게 문도 열지 않고 왔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나 연예인, 외국인 등도 조문에 나섰다. 오전 8시 30분 분향소를 찾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을 책임진 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오후 4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오후 10시께 각각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탤런트 차인표, 신애라 부부도 빈소를 찾아 슬픔을 나눴다.

태국 왓포 사원의 프라하마 나린삭 싯겅(40) 주지스님 등 스님 6명은 이날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 후 곧바로 분향소를 찾았다.

일본 후지TV, NHK, TBS와 미국 CNN, AP, 프랑스 AFP 등 외신 기자들도 현장을 찾아 추모 열기를 각국에 보도했다. 일부 기자는 중계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분향소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누구나 추모글을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번호(010-9145-8879)를 준비했다.

송현수·이주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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