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불안…불신…분통…체념…가족들 이젠 눈물도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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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9일째 팽목항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에도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 23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해역이 바라 보이는 바닷가에서 하염없이 가족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오늘 밤이면 꿈에도 그리운 자식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실종된 자녀들이 돌아오길 애타게 빌던 가족들은 소득 없이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실종자 수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던 '소조기'가 끝날 때까지 추가 생존자 발견 소식이 없자 기다림에 지친 가족들의 눈물도 이제 말라 버렸다. 말할 힘조차 없다.

전날인 23일 기상상태는 양호했지만 오전 10시부터 조류가 거세지면서 수색에 차질을 빚었다. 오후 3시까지 수색작업이 중단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바짝 타들어갔다.오후 3시부터 구조가 재개됐지만 심신이 모두 지친 가족들은 임시 천막 안에 고된 몸을 뉘었다. 남성들은 부둣가에 앉아 말없이 줄담배를 피웠다. 체념에 가깝던 분위기는 경찰의 시신 인계가 늦어지자 일순간 분노하는 분위기로 급변했다.

이날 오후 10시께 팽목항 신원확인소에는 경찰의 원칙 없는 시신 인계 절차에 분개한 가족 5~6명이 무리지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수술자국 부위나 가족들이 선물한 옷을 입고 있는 등 육안으로 봤을 때 자식임이 틀림없는데도 경찰이 시신 인계를 미루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한다는 주장이다.

당초 경찰은 사망자와 가족들의 DNA를 채취한 뒤 가족들에게 일단 시신을 인계하고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례절차를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하지만 23일 오후 장 모 군으로 알려진 시신의 신원이 정 모 군으로 재확인되는 등 시신 신원이 바뀐 사례가 현재까지 세 차례나 나오자 가족들의 불신도 극에 달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에 팽목항에 입항한 단원고 2학년 8반 김 모(18)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모습이 생전과 다름이 없어 가족들이 분명히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인데도 경찰이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시신 인계를 주저해 12시간이 넘게 기다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가족은 "시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찰이 우려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검안의 인력을 최대로 확충해 수속 기간을 줄여달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시신 변형으로 부모가 자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DNA 확인 없이는 이송하지 못하게 하지만 일부 부모들이 강력하게 주장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시신을 바로 인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아 기자 srdfish@bu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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