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실내체육관 간다고 하면 택시요금 안 받아 마을 분위기도 가라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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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진도읍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 모(42·여) 씨는 가게 문을 열면 가장 먼저 TV를 켠다. 항상 즐겨보던 아침 드라마 대신, 지금은 뉴스를 틀어 놓은 채 혹시나 있을 생존자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직접 가서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답답한 마음에 뉴스라도 보는 거죠."

최근에는 정부가 진도 관광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진도읍 내에는 자발적으로 임시 휴업을 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진도 주민들은 혹시라도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를 건드릴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김 씨는 "마을 사람들이 전부 예민해져 있다"고 말했다. 웃고 떠들 수도 없다. 이렇게 많은 외지인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지만, 마을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가라 앉아 있다.

뱃사람으로 채워지던 모텔은 이제 전국 각지는 물론 외국에서 온 기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조 모(55) 씨가 운영하는 모텔에는 지금도 '방이 있냐'고 물어보는 전화가 걸려 온다. "방이 꽉 차니까 돈은 많이 들어 오지만, 그래도 이건 돈을 버는게 아니야, 좋은 일로 돈을 벌어야지…." 하면서 조 씨는 말끝을 흐렸다.

택시기사 최 모(67) 씨는 손님이 '체육관으로 가자'고 하면 미터기를 켜지 않는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혀도 돈을 받지 않겠단다.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겨우 미터기를 켰다. 최 씨는 "내가 도와 드릴게 이것 밖에 없는데, 그냥 태워 드리는 것만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택시비 거절 못한 걸 아쉬워 했다.

진도에서 평생을 보낸 최 씨는 진도 거리에 이렇게 많은 경찰이 배치돼 있는 것을 처음 봤다고 했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를 방문했을 때에는 교통 통제를 하느라 진도에서 처음 교통 체증이 생겼다고 한다.

점점 체육관이 가까워지자 최 씨가 자조섞인 한 마디를 내 뱉는다. "만든 지 3년도 안 된 체육관인데, 이럴려고 만들었나보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유례 없는 대참사는 이렇게 진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바꿔 놓고 있었다. 박진숙 기자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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