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축제 대신 한지 인형 '조선통신사 행렬' 만나 보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선통신사 등성행렬도를 한지인형으로 재현한 전시회. 강선배 기자 ksun@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2014 조선통신사 축제'가 취소됨에 따라 축제 때면 연례적으로 펼쳐졌던 조선통신사 행렬도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기회가 왔다. 오는 26일까지 부산시청 2층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조선통신사 행렬도 2-등성행렬도 중에서' 전이 바로 그것. 한지 인형으로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재현한 전시이다.

소향한지예술창작협회(소향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부산문화재단 등이 후원하는 행사로 전시에는 소향회 작가 9명이 참가한다.

소향회, 등성행렬도 한지공예
26일까지 부산시청서 전시회


소향회는 2004년 문미순 한지공예 작가와 그의 제자들이 만든 모임. 이번 전시 역시 이들이 마련했다. 소향회가 '조선통신사 행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부터. 좀 더 의미 있고 역사적인 전시를 해 보자고 의기투합, 통신사 행렬을 재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9명이 2년여 작업 끝에 300여 점으로 조선통신사 등성행렬도의 일부를 제작, 지난해 4월 첫 전시를 했다. 10월에는 일본 초청으로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에서 50일간 전시를 하기도 했다. 인형을 본 일본 관계자들이 놀랐을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다.

소향회 오은정 작가는 "옛날 문헌이나 자료를 찾아 연구하는 게 힘들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일본 나고야 성, 에도 박물관을 찾아가 관련 유물을 보고, 이를 다시 검토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소향회는 이렇게 만들어 전시한 조선통신사 관련 한지 인형(사람 형상 318점, 말 형상 28점)을 부산문화재단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지난해 전시와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2'를 붙였다. 지난해는 조선통신사 '정사 부문'을 전시했다면, 올해는 '선두 호위'와 '부사 부문'을 전시한다.

재현 자료는 지난해 전시와 마찬가지로 1711년에 파견된 조선통신사 행렬을 그린 등성행렬도를 바탕으로 했다. 조선통신사 일행과 이를 호위하는 사람들이 일본 에도 성을 향해 가는 모습으로, 특히 부사(副使)의 가마를 메고 가는 가마꾼, 가신단, 호위무사의 표정이 재미있다.

관람객은 무엇보다 전시 규모에 놀란다. 인형을 최대한 밀착해 전시했는데도 길이만 족히 50m에 달할 정도다. 전시 인형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났다. 사람 형상이 423점, 말이 30점이다. 사람 형상은 30㎝ 안팎 크기이고, 말을 탄 사람의 인형은 최대 50㎝에 달한다.

하지만 등성행렬도 전체로 보면 3분의 1 정도만 재현했을 뿐이다. 등성행렬도에 등장하는 사람만 해도 2천200여 명, 말도 160여 필에 달하기 때문. 소향회 측은 "9명의 작가가 2017년까지 등성행렬도를 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향회 '조선통신사 행렬도 2-등성행렬도 중에서' 전=26일까지 부산시청 2층 제1전시실. 051-888-5649.

정달식 기자 dosol@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