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50> 김해 용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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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 허리에 올라 '神仙'이 되어 볼까

산등성이에 삐죽삐죽 솟은 바위들은 마치 용의 등허리를 타는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김해 용지봉으로 오르는 도중 용지암에 서서 진해 뒷산 장복산을 조망하고 있다.

산중의 시간은 도시와 다르게 흐르는 걸까. 불과 일주일 만에 산속은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연둣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신록의 별천지였다. 분홍색 진달래 꽃잎이 떨어지는 사이 초록의 잎이 온 산을 뒤덮었다. 풋내가 나고, 맑고 향기로웠다. "싱그럽다!" 나도 모르게 말을 뱉어놓고 괜히 기분까지 좋아졌다.

봄나들이 느낌으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근교산을 찾았다. 산&산 147회에서 '번개 산행' 적격지로 추천했던 김해 용지봉(745m·龍池峰)이다. 용지봉은 낙남정맥의 핵심 분기점으로 대청계곡(장유계곡)을 끼고 있다. 대청계곡은 부산에서 차로 달려 1시간도 안 걸리니 용지봉은 '진짜 근교산'으로 꼽혀 왔다. 게다가 부산~김해 경전철이 생긴 뒤로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훨씬 좋아져 동네 뒷산을 가는 느낌으로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정상부에서는 낙남정맥 종주 구간을 타게 되니 본격 산행의 맛도 있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바위 등성이를 뚫어내면 아찔한 쾌감이 덤으로 따라온다.




     
■가볍게 올라 낙남정맥까지

용지봉은 낙남정맥의 핵심 분기점이다. 당초에는 동신어산으로 연결되는 낙남정맥만 알려져 있었지만, 산경표 해석을 둘러싼 논란 끝에 용지봉~불모산~화산~굴암산을 거쳐 명지에 이르는 구간이 신낙남정맥으로 부상했다. 어느 쪽이 되었건 거쳐 가야 만하는 요지가 용지봉이다. 종주 산행에 나선 부울경 산꾼들이 주살나게 흙길을 다져놓은 덕분에 용지봉에만 올라서면 길이 반들반들해져서 윤이 날 정도다. 어른 두셋이 나란히 걸어도 될 만큼 길이 널찍하게 뻗어 있기도 하다. 

대청계곡 품고 있는 낙남정맥 핵심 분기점
골짜기·산등성이엔 가락국 흔적 스며 있어
삐죽삐죽 나온 바위 등성이 타는 쾌감 짜릿


종주를 위해 거쳐 가는 용지봉이지만 갈림길이 많아 골라 오르는 재미가 있다. 김해시 장유2동 대청계곡에서 정상을 거쳐 돌아오는 원점회귀 노선이 대표적이다.

산&산에서는 가락국의 영화가 스며든 골짜기와 산등성이를 걷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는 한편 장유신도시 쪽과 연결해 대중교통 수단으로도 접근 가능한 코스를 짜보았다.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소를 기점으로 해서 주차장과 휴게소를 지나 입산해서 용지암~용바위~724봉을 거쳐 정상에 오른다. 이후 낙남정맥 주능선을 타고 전투경찰 부대 쪽으로 가다 능동공원 쪽으로 하산해서 장유1동 월산초등학교 버스정류소에서 산행의 마침표를 찍는 코스다. 말발굽 모양의 10㎞ 구간을 걷는데 4시간 30분가량 걸렸다.

이 코스는 초반에 거친 바위 등성이를 걷게 된다. 마치 용의 등허리에 올라탄 것 같은 긴장감을 주는데, 그래서인지 암릉에는 용지암과 용바위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하산길에 가서는 약수터 길 수준으로 편안하게 내려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대청계곡 이정표를 보고 내려오면 타원 모양의 원점회귀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겠고, 조금 더 걸으면 말발굽 모양의 코스도 가능하다. 다만, 능동소류지(한림리츠빌) 쪽으로 접어드는 건 피해야 한다. 길 끝에 신항 배후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다. 산&산 팀은 처음에 이 코스를 완주했다가 안전한 등반로를 소개하기 위해 주능선으로 되돌아가 좀 더 걸었다. 물론 공사가 끝나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다면 능동소류지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겠다.


■용의 등허리에 올라탄 듯한 암릉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소에 내리면 상점교 옆 인공폭포가 맞아준다.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쳐 폭포교를 건너면 폭포휴게소가 있다. 이때 'U턴'식으로 내려가 산길을 밟고 올라 나무계단을 만나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가풀막을 만나 헉헉 거리며 올랐더니 날벌레가 떼로 웽~하며 달려든다. 귀찮기는커녕 반갑다. 불과 일주일 전 만해도 산중은 적막했다.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없어 고요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순식간에 진한 연둣빛 잎사귀가 온 산을 덮더니 벌레들까지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다. 바야흐로 약동하는 신춘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왼쪽 아래로 창원터널과 불모산터널이다. 맹렬하게 오가는 차들이 우웅~하며 남긴 진동이 숲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것 같다.

산행 1시간 30분 만에 용지암에 올라섰다. 장유사가 손에 닿을 듯 산중에 아늑하게 앉아 있고, 그 위 정상부가 훤하다. 600m 위에서 불쑥 튀어나온 용바위를 만났다. 흔들바위처럼 보이기도 해서 아슬아슬하다. 밀면 떼구루루 저 멀리 대청계곡까지 굴러 떨어질 듯해서 조마조마.

724봉에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지만 주요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리본만 무성한 길이 신낙남정맥을 잇는 불모산으로 가는 능선이다. 용지봉 정상은 진행 방향으로 직진해야 한다.

걷기 시작한 지 2시간 20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표석에는 용제봉(龍蹄峯)으로 씌어 있다. 기우제를 지내느라 용제봉(龍祭峰)이었다가 용지봉(龍池峯)으로 낙착되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어떤 이름이건 용의 기운에 기대어 있다.

정상의 조망은 산맥이 지나가는 능선답게 늠름한 산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불모산을 비롯해 장복산, 정병산 등이 쭉 버티고 섰다. 시원하게 펼쳐진 김해와 진례 벌판은 체증이 가신 듯 후련하다.

하산길은 육각정자 밑으로 나 있다. 산꾼들이 부지런히 디딘 결과일 텐데 반들반들 윤이 나 있다.

정상에서 30분쯤 내려섰을 때 아늑한 잣나무 숲이 이어지면서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대청계곡으로 원점회귀 할 수 있다. 전경부대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터널을 이룬 잣나무 군락이 호젓해서 걷는 재미가 좋다.

임도를 만나면 횡단해서 2시 방향으로 사면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 약수터, 체육시설, 돌탑…. 이때부터는 동네 뒷산처럼 편안한 풍경이 이어지니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아파트 단지와 도로가 보이기 시작할 즈음 능동공원 방향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된다.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도로 밑 굴다리를 꿰어 나가면 '사랑으로' 아파트 단지다. 도로 사이 완충녹지를 따라 200m쯤 걸으면 산행의 날머리인 월산초등학교 버스정류소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김해 용지봉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김해 용지봉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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