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중리마을 강준치 낚시] 피라미·납자루 사라진 낙동강에 포식자의 사냥 소리가 …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터넷 낚시동호회 '배꽃'에서 활동 중인 루어 낚시인 김진성 씨가 경남 양산시 원동면 중리마을 낙동강변에서 메탈지그를 물고 올라온 강준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45㎝ 정도 크기의 포식자 강준치는 주로 수면 근처에 있는 물고기나 곤충을 잡아먹는다.

포식자 강준치가 설쳐 대는 낙동강.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개체수가 많다면 낚시도 그만큼 잘되는 법. 양산천과 낙동강을 무대로 활약하는 인터넷 낚시동호회 '배꽃'팀에 동행을 요청했다. 대부분 배스 낚시를 즐기는 배서들이지만 흔쾌히 허락했다. 배꽃은 '양산 배스에 꽃 피다'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미터급 강준치를 바라다

취재를 도와주기로 한 배서 김진성 씨는 오전 9시에 근무를 마친다고 했다. 양산시설관리공단 직원이어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바로 낚시 포인트로 오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피딩 타임을 노려야 손맛을 볼 것 같아서 9시 30분에 가야진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하지만, 해뜰 무렵의 시간대는 맞추지 못했다. 7시만 넘어도 한낮같이 훤해져 버렸다.

그래도 구름이 벗어지지 않아 쌀쌀한 기운이 돌았다. 양산시 원동면 가야진사 앞 낙동강변에서 채비를 했다. 잔잔한 강물을 보니 긴장감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포식자들의 사냥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너무 조용했다.

채비를 하는 손길이 빨라졌다. 전문 낚시인이 오기 전에 멋진 씨알의 강준치를 낚아 올려야지 하는 욕심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허리 힘이 강한 하드 타입의 루어대를 가지고 갔지만, 일부러 볼락 낚시에 쓰는 낚싯대를 선택했다. 가벼운 채비를 멀리 던지기도 좋고, 또 물고기를 걸었을 때 손맛도 좋기 때문이었다.

스푼 루어를 달아 강심을 향해 힘차게 캐스팅을 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채비가 '푹' 하고 떨어졌다. 강준치는 물 표면에 있는 먹이를 잡아먹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굳이 채비를 가라앉히지 않아도 된다.

부챗살 모양으로 수십 번을 던졌지만 도무지 입질이 없었다. 채비를 좀 더 물고기 형상이 뚜렷한 금속형 루어로 바꿨다. 등이 붉고 배가 하얀 메탈 지그다. 크기는 작아도 무게감이 있어 역시 멀리 날아갔다.

강물은 예전에 왔을 때보다 많이 빠져 있었다. 강변 바로 밑이 직벽이었는데 발아래에 모래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채비를 다 감아들였다 싶었는데 뭐가 후다닥 달려들었다. 엉겹결에 잡고 보니 손바닥만 한 새끼 배스였다.


■숨겨둔 포인트로 가다

자리를 옮겨 약간 상류로 갔다. 여러 방향으로 탐색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수심이 꽤 깊은 것 같아 바닥에 가라앉힌 후 서서히 감아 들였다. 10m 전방에서 뭔가 툭 건드렸다. 그 자리에 다시 채비를 던졌다. 입질을 받은 자리에 오자 이번엔 제대로 반응이 왔다. 낚싯대가 묵직하게 휘어졌다.

40㎝ 정도의 준수한 씨알의 강준치였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물 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바늘이 입이 아니라 눈 주위에 걸려 있었다. 뭔가 불안했는데 '아차' 하는 순간 강준치는 제 집(?)으로 후다닥 도망쳐 버렸다. 일단 뭍으로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강준치가 있다는 증거물은 겨우 사진으로나마 확보했다.

배서 김진성 씨가 도착했다. 진성 씨는 거의 1년 만에 보는데 그동안 결혼을 했고 허니문 베이비가 생겨 오는 8월 태어날 예정이란다. 축하할 일이 많았다.

"잘 안 물면 위쪽 중리마을로 가시죠. 거기가 예전에 제가 미터급 강준치를 잡은 곳입니다."

진성 씨는 오는 길에 아는 차가 주차돼 있어 전화를 했더니 휴무인 후배 2명도 낚시를 하고 있다고 해서 불렀다고 했다. 일행이 금세 4명으로 늘었다. 10분 거리의 중리마을로 이동을 했다.

하지만 강준치가 살 만한 서식지면 다른 포식자도 많다. 올라오라는 강준치는 나오지 않고 넣었다 하면 배스만 물어댔다. 진성 씨가 후배들에게 "미터급 강준치 잡으면 오늘 형이 밥 살게"라고 당근을 제시했건만 강준치는 잘 나오지 않았다. 속이 탔다.


■징그럽게 달려드는 포식자

지렁이 모양의 웜 채비를 쓴 루어 낚시에는 심심찮게 배스가 올라왔다. 강준치는 바닥을 노리는 배스와 달리 상층에서 유영을 하기 때문에 메탈 지그를 써서 수면 바로 아래 지점을 노려야 했다.

드디어 기자의 채비에 강준치가 올라왔다. 45㎝ 정도가 되는 매끈한 체형의 강준치였다.

예쁘게 생겼지만 잔 가시가 많아 식용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을 가진 바다 준치는 강준치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물고기라고 한다. 바다 준치는 청어과이지만 강준치는 잉엇과이다.

'달려라 백마'라는 닉네임으로 배스 낚시를 즐기는 이상민 씨는 친구 하홍민 씨와 부산에서 왔다. 닉네임이 특이해서 물어보니 백마부대를 나와서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입대 동기였다. 취미도 같고 고향도 같고 나이도 스물여덟으로 같아 친하게 지내며 틈만 나면 낚시를 즐긴다고 했다.

주로 배스를 잡던 하홍민 씨는 강준치 낚시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기자가 낚은 물고기를 보러 한참 상류에 있다가 뛰어 와 확인했다.

정오를 넘어서자 햇살이 반짝 빛났다. 스푼 루어로 채비를 바꿨다. 숟가락같이 생긴 이 루어는 물속에서 많이 흔들릴 뿐 아니라 햇살을 받으면 반짝이기 때문에 포식자를 잘 유혹한다.

후다닥 미끼를 채기에 낚싯대를 들어 세웠더니 30㎝ 정도 되는 끄리였다. 끄리 또한 낙동강에 이입된 종으로 포식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침 배스를 낚아낸 진성 씨가 두 물고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배스, 강준치, 끄리가 점령한 낙동강이었다. 루어를 던져주면 미끼를 거칠게 흔들어 대니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게 루어 낚시를 즐길 수 있었다. 진성 씨는 아무래도 미터급 강준치는 해가 져야 출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기회를 보기로 했다.

낙동강에서 새로운 대상어로서 강준치 루어낚시가 가능하겠지만, 피라미와 갈겨니, 납자루가 사라진 낙동강을 생각하니 돌아오는 길이 씁쓸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입 모양


물고기의 먹는 습성을 알려면 입 모양을 보면 된다.

크기가 1m 이상 자라는 강준치는 갑각류나 어린 물고기, 물에 떨어진 곤충 등을 먹고 산다. 특이하게 입이 수직으로 위를 향하여 열린다. 위에서 떨어지는 먹잇감을 잡아 먹기 좋게 발달한 것이다. 수면의 벌레나 표층을 유영하는 피라미 등이 강준치의 먹이다. 그래서 낚시 방법도 수면에서 이루어진다.

스푼이나 메탈 지그 등 금속형 루어를 사용하더라도 바닥을 긁을 일이 없으니 채비 손실도 적다. 실제 낚아서 보니 강준치의 입은 그리 크지 않았다.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는 하지만, 나방이나 곤충, 애벌레 등 물에 떨어진 미끼를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중부 지방에서는 팽이 낚시라는 독특한 채비로 강준치를 낚는다. 팽이 모양의 나무를 깎아 찌로 사용하고 그 뒤쪽에 털바늘을 달아 강준치를 유혹하는 것이다. 조과가 좋다는 것을 보면 강준치는 플라이 낚시 대상어로도 좋겠다.

반면 끄리나 배스는 입 크기가 자기 몸통만 하다. 그리고 수평으로 열려 있어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킨다. 민물 붕어는 입이 아래로 열리게 돼 있어 바닥에 있는 지렁이나 떡밥 미끼를 잘 먹도록 발달해 있다.

수족관의 붕어나 잉어를 보면 내내 물구나무를 서서 바닥을 헤집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생긴 대로 논다지만 배스나 끄리의 얼굴을 보면 참 사납게 생겼다. 포식자의 위엄이랄 수 있겠지만 육식성보다 초식성 동물이 더 예뻐보이는 것은 평화와 공존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이재희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