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주의 광장&골목] <36> 영국 런던 올드 스피탈 필즈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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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통유리로 빛 끌어들이고 요일마다 변신하는 '요술시장'

영국 런던 중심부 초고층 빌딩 사이에 조성된 연중무휴의 올드 스피탈 필즈마켓. 웅장한 철골 기둥을 배경으로 장신구, 그릇, 유리 제품 등을 파는 노점상이 줄줄이 서 있다. 이랑주 씨 제공

올드 스피탈 필즈 마켓은 영국 런던의 중심부 초고층 빌딩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벼

올드 스피탈 필즈마켓은 영국 런던의 중심부 초고층 빌딩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벼룩시장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연중무휴의 상설 시장이었다. 주말이면 60만 명이나 찾는 인기 시장이었다. 올드 스피탈 필즈마켓은 1682년 청과물과 식료품 전문시장으로 시작했다. 그러니 벌써 330년의 역사를 지녔다. 그 정도 역사이니 건물이 많이 낡았겠다고 어림 짐작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틀렸다. 커다란 통유리벽의 외관과 하늘로 뻗은 웅장한 철골 기둥은 마치 막 건축한 최첨단 금융빌딩 같았다.

시장 내부는 넓고 시원했다. 서울의 동대문 패션타운처럼 작은 매대로 가득했다. 가죽제품, 프린트 티셔츠, 요란스러운 액세서리, 직접 짠 니트 제품 등이 그 매대 위를 채우고 있었다. 노점뿐 아니라 소품류를 파는 상점도 많았다.

주인의 감성에 따라 선택된 아기자기한 소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한 편집숍인데, 주인의 스타일을 닮은 물건이 다양한 국적으로 하나의 매장에 모은 것이다.

영화배우나 가수들도 이곳을 찾아 자신만의 의상과 소품을 마련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팝 가수 마돈나와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이곳을 찾았단다.

특이한 상품을 파는 가게 풍경. 이랑주 씨 제공


■요일마다 달라지는 시장

시장은 요일 별로 콘셉트를 달리했다. 평일에는 각종 유기농 채소와 과일, 의류, 생활용품을 팔고, 목요일에는 오래된 가구를 내어놓았다. 

금요일에는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참가했다. 토요일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제안하는데, 60여 명의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의류와 액세서리를 가지고 나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일요일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품으로 전을 펼친다. 매달 한 차례 스피탈 필즈 아트 마켓도 열린다. 회화, 사진, 팝아트 분야의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내어놓는다.


■유리로 만든 천장의 자연 채광

벽은 옛 시장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천장은 커다란 통유리로 바뀌었다. 붉은 벽돌과 통유리의 천연 재료가 서로 잘 어울렸다. 유리 천장은 자연 빛을 시장 내부로 끌어 들였다. 덕분에 궂은 날씨에도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된다. 지난 2005년부터는 상점과 식당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연료로 바꿔 전기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는 소개했다.

매립지로 보내는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12년 8월에는 모든 폐기물의 95%를 재활용했다. 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을 사용하고 사용 시간을 단축하는 타이머를 설치하는 등 에너지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여 나갔다. '작년보다 더 적은 물 사용하기' 캠페인은 물 사용량까지 감소시켰다. 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도 친환경 시장을 강조했다.


■시장에서 나온 쓰레기는 퇴비로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는 발효돼 시장 앞의 유기농 텃밭에서 퇴비로 사용된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주민들에게 나눠진다. 시장에서 소비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재생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폐기물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이것이 '착한 시장'의 모습일 테다.

시장 앞 공원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잔디밭 위에 누웠다. 공터에 더 많은 상점을 입주시키기 보다 공원을 만들어 시민의 쉼터로 조성했다.

눈앞의 수익보다 선한 가치를 더 추구하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팔려면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올드 스피탈 필즈 마켓 사람들은 직접 실천하고 있었다.

lmy730@hanmail.net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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