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악마가 된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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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애호가 놓치기 아까운 작품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포커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천재인가, 악마인가?'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불과 5세 때 바이올린을 배워 매일 열 시간 이상 연습하며 마침내 14세 때 대중 앞에 섰고 궁중악사로 일찌감치 '마법사'의 반열에 올랐던 그. 나폴레옹의 여동생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그의 연주를 듣고 기절을 할 정도였지만 지극히 매혹적인 그의 악기 네 번째 현은 애인의 창자였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그는 천재와 악마 사이를 오갔다.

버나드 로즈 감독의 영화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이처럼 19세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가 남긴 비극적인 삶과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빼어난 외모와 화려한 연주로 전 유럽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파가니니의 연주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올린다.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멎게 하는 그는 하지만 명성과 권력보다는 방탕한 생활로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우르바니라는 인물이 나타나 달콤한 제안을 한다. 이렇게 말이다. "당신은 좋아하는 연주를 미친 듯 하면 되오. 난 이 순간부터 당신을 주인으로 수족이 되어 몸 바쳐 일하겠습니다."

우르바니의 도움으로 그는 유럽에게 가장 유명한 연주자가 되고, 지휘자 왓슨에 의해 런던 단독 콘서트에 초청된다. 런던에 도착한 파가니니는 왓슨의 딸 살롯을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이 둘의 관계를 이용해 스캔들을 만들어 명성을 얻고자 한 우르바니.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함정을 만들어 내는데….

악마에게 영혼을 판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린 파가니니는 현란한 기교와 즉흥 연주를 즐겼다고 한다. 그가 현을 켤 때 관객은 집단 히스테리에 빠졌다. 혼을 빼놓는 비범한 음악성, 비정상적으로 긴 팔다리와 손가락 등 외모가 주는 기괴한 인상. 사람들은 이 천재의 존재에 매료되면서도 다른 한편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두려움은 '악마'로 변질됐고, 정작 파가니니 자신도 여기에 발목을 잡혔다. 생전은 물론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이 '악마'의 이미지에 그는 갇혀 있었던 것. 천주교회의 거부로 사후 36년이 지난 후에야 교회 공동묘지에 묻힐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기대할 법하다. 하지만 극 중 몇몇 장면은 음악과 맞지 않아 어설프게 보이고 바이올린 활이 멈춰 있는데 연주음이 나오는 모습도 아쉽게 목격된다. 파가니니 역을 맡은 데이비드 개릿은 어린 시절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떨친 미국 줄리어드 음악학교 출신의 크로스오버 바이올리니스트. 잘생긴 외모로 한때 방탕한 생활에 빠졌다는 것도 파가니니와 닮았다.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200여 년 전 파가니니를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24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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