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미래를 보다](5)세상은 이미 온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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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이 진단한 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지난 3일 미국 텍사스대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이 디지털 뉴스 제작 실습을 하고 있다. 박세익 기자

"어제 포트 후드 기지에서 총기 사고가 났을 때, 한 학생이 SNS에 있는 소식들을 모아 취재하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밤의 일이 온라인 저널리즘의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빠르지만 주의 깊고 정확하게 보도해야죠.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졸업해서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소셜 미디어 담당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텍사스대 저널리즘스쿨 로버트 퀴글리 교수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인근 군부대에서 총기 사고 발생한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제대로 온라인 저널리즘을 실현했다는 자부심을 안고 있는 듯했다.

학교 실습실에서는 이미 미래의 저널리스트들이 영상,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 제작 교육을 받느라 분주했다. 이미 세상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터전을 옮긴 것이 확실해 보였다. 85명의 학생이 소셜 미디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지난 3일 미국 텍사스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한국기자단과의 토론에 참여한 스티븐 리즈 교수. 박세익 기자

지난 3일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 앞서 15회를 맞은 심포지엄를 주최한 이 학교 저널리즘 스쿨 교수들과 한국의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텍사스대 저널리즘스쿨 스티븐 로즈, 톰 존슨, 러스티 토드, 로버트 퀴글리 교수가 참석했고, 부산일보를 비롯해 서울신문, 교육방송, 채널A, 문화일보, 한국경제신문, 세계닷컴 소속의 한국기자단,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와 함께 이 학교 저널리즘스쿨 박사 과정 학생인 유재성 씨가 참여해 토론을 도왔다.

미국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물결은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일까. 토드 교수의 견해는 이랬다. "미국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에 관해 터닝 포인트에 있습니다. 즉, 미국 지난 10년간 온라인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는 바람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이제 균형을 찾아가는 거지요."

퀴글리 교수가 맞장구를 쳤다. "지금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유료서비스(Paywall)로 겨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건은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렸어요. 뉴스 보도도 변해야 하는 거죠."

"호기심이 강한 한국 독자들이 있으니 미국보다 한국 상황이 더 낫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는 정치 뉴스 독자들이 점점 줄고 있으니까요." 토드 교수의 화답이다.

한국 기자들이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저널리즘 스쿨이 온라인 저널리즘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더니, 리즈 교수가 답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에선 보편적인 겁니다. 신문, 방송, 포토 저널리즘까지 뭐든 이제는 디지털에 있습니다."
 
지난 3일 미국 텍사스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들과 한국기자단이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박세익 기자

역시 토드 교수가 거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종이 신문에 보도하기 이전에 기사의 90%를 온라인에 올립니다.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가 이미 정착됐어요." 방송기자, 신문기자는 사라지고 웹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시대이며, 웹과 디지털을 알아야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세상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신문 같은 인쇄매체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일까. 이 부분에선 교수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듯했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교수도 있고, "지면 광고는 여전히 효과가 있지 않나?"라고 질문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3일 미국 텍사스대 저널리즘 스쿨 강사와 학생이 디지털 뉴스 제작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세익 기자

언론계에서 호응을 얻었던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Snowfall)'이나 가디언의 '파이어스톰(Firestorm)'과 같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들이 과연 저널리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텍사스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들은 "스노우폴의 성공은 우연일 수 있다.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웹 환경을 늘 예의주시해야 한다. 독자에 대한 시장조사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텍사스 댈러스모닝뉴스의 사례를 도마에 올렸다. 몇 년 전에 수백만 달러를 들인 프로젝트를 실패하고도 거기서 교훈을 얻어 다시 신속히 움직였고, 마케팅이나 출판 회사 등 다양한 신생 벤처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통 매체인 신문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그렇게 남기고 있었다.

또 하나, 희망의 메시지를 퀴글리 교수가 던졌다. "한국에서는 매체들이 포털 사이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지만, 미국에서는 뉴스 소비의 70%를 차지하던 닷컴들의 자리를 이미 페이스북, 트위터가 차지하고 있어요. 소셜 미디어가 뉴스 소비를 주도하고 있지요. 디지털 세상은 늘 변한다는 게 매력입니다."

미국 오스틴=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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