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늦어져 아이들 숨졌다" 유족들, 부검 요청 잇따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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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 선착장에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로 임시 시신안치용 컨테이너가 설치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정확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하자는 유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실종자 가족대표단은 "정부의 과실 여부 등을 입증하기 위해 원하는 가족에 한해 발견된 아이들의 부검 요청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족대표단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수습된 시신 중 상태가 온전한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가족들은 장기간 물 속에 방치된 시신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감에 3~4일 내로 구조작업을 마무리해 달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수습된 시신 중 상당수
외상 없고 온전한 상태
익사 아닌 질식사 가능성
정부 늑장대처 드러나면
무더기 소송 벌어질 수도


하지만 육안으로 봤을 때 외상이 없는 시신이 대부분이라 상당한 시간 동안 학생들이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족 대표단은 "직접 확인한 결과 시신의 손가락 말단이 물에 불은 것 외엔 피부색 등 신체변화가 거의 없었다"며 "정부의 구조가 늦어져 아이들이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부검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인이 익사가 아닌 질식사나 충격사로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아이들의 맺힌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부검이 필요하다"는 대표단의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가족들의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22일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서해지방해경청의 관계자가 "학생들 대다수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 3, 4층 객실에서 발견된 점을 감안할 때 배가 기울어질 시점에 승무원 등의 지시를 받고 선실에서 대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빠른 구조가 이뤄졌더라면 희생자 상당수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검 계획은 지난 20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팽목항을 방문했을 당시 논의됐지만 민감한 사안인 점을 고려해 공식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 결과 사고 원인이 단순 익사로 밝혀질 경우 유가족들은 해운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른 요인으로 학생들이 숨진 사실이 밝혀진다면 정부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살릴 수 있었던 학생들을 늦장대처로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한 무더기 소송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해양경찰청 가족지원상황실은 시신부검 안내문을 팽목항 곳곳에 부착하고 가족들에게 절차를 알렸다.

현재 각 병원에는 검안의들이 옮겨진 시신을 검안하고 있다. 부검을 원하는 가족들은 1차 검안이 끝난 단계에서 관할담당 검사에게 부검 요청을 의뢰할 수 있다. 부검 시 가족 또는 가족이 원하는 부검의나 의사가 부검 현장에 입회할 수 있다. 시신이 옮겨진 병원에서 부검이 실시된다.

김현아 기자 srdfish@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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