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현장 이모저모] "책임 다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은 절대 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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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일주일째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전남 진도군으로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호물품을 옮기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사회 비판 대자보에 공감

○…22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입구에는 팽목항에서처럼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포스트잇 메시지가 붙었다. 오후에는 그 아래 3장의 대자보가 추가로 붙어 실종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한편, 우리 사회를 비판했다. 한 대자보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직업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게 맞냐"고 꼬집었으며 또 다른 대자보는 "책임을 다하는 사람은 피해 보고 결국에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았다"며 "저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라고 지적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구호품 쇄도 진도우체국 '진땀'

○…진도우체국에는 전국에서 위문품이 쏟아져 업무가 마비가 될 지경이다. 진도우체국은 22일까지 진도 우체국에 등기로 온 위문품만 3천300상자, 일반 우편으로 온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밝혔다.

이에 전 직원들은 주말도 반납한 채 근무했다. 체육관이 있는 진도읍의 선의도 이어졌다. 한 상점은 '문 닫은 시각이라도 물건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주면 나오겠다'고 입구에다 붙여 놔 지나가던 사람을 감동시켰다.

승선자 명단에 없던 시신 소동

○…22일 세월호 승선자 명단에 없었던 중국인 승객 리 모(46)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또 다시 정부가 승선 명단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중국인 리 씨는 승선자 명단에 있던 이 모(46) 씨와 동일인으로 드러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승선 명단에 없는 시신이 더 있을 가능성을 남겼다. 이 경우 시신이 이미 유실됐을 때 억울한 죽음으로 남을 수도 있어 뒷말을 낳고 있다.

○…"방금 '인양'이라고 했어요?" 22일 오후 해경이 가족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던 도중 항의를 받았다. "선체 인양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것. 한 실종자 가족은 이 말을 듣자마자 "인양이라고 했느냐 구조라고 했느냐"고 따지면서 "우리는 인양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고 강하게 소리쳤다. 실종자 가족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해경, 유출 기름 방제 '골머리'

○…해경이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의 방제 작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색에 방해가 될까 적극적으로 방제 작업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부 수습된 시신에 기름이 묻어 나오면서 작업을 중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가까이에서 할 경우 수색에 방해될 수가 있어 일단 지금은 4㎞ 떨어진 곳부터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팽목항에서 대기 중인 가족들 사이에서 "수습된 시신에 기름이 묻어 있어서 닦아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방제작업을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태. 해경은 가뜩이나 불편한 유족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탐색작업 해군 두통·마비증상

○…현장 구조지원을 나선 해군 대조영함에서 승조원 윤 모(21) 병장이 머리를 다쳐 19일 끝내 숨진데 이어, 22일에는 수중탐색작업을 마치고 복귀한 해군 UDT 소속 A 상사가 두통과 마비증상을 호소해 청해진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상사는 이날 오전 1시께부터 수심 22m 바닷속에서 25분간 수색 작업을 마치고 올라온 뒤 두통과 팔 마비 증상을 호소했다.

해군 관계자는 "구조 작업이 계속되면서 잠수 요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의 안전과 건강에 문제가 가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수색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진숙·김현아·조영미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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