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지금이 제철] 함양 마천면 옻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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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라도 맛봐야 할 나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옻재배 농민인 허상옥(왼쪽) 씨와 박갑단 씨가 옻순을 채취하고 있다. 류영신 기자

지리산 칠선계곡과 백무동계곡을 끼고 있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역 특산품인 '마천 옻순'이 나는 시기로, 이맘때 보름 정도만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함양 마천면은 옻나무 재배 주산지로 옻나무 작목반 130여 농가를 포함해 150여 농가 51㏊에서 옻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날씨가 따뜻해 4~5일 일찍 옻순이 올라오고 있다. 늦봄이 제철인 옻순은 옻나무의 어린 순으로 나물로 인기가 높다. 가격은 ㎏당 1만 2천~1만 5천 원선이며, 올해는 11t 수확에 4억 원의 농가소득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발 800m 이상서 재배
고소하고 옻 특유 향 자랑
전국 식당·미식가 선주문
4월말부터 보름만 채취


일교차가 심한 해발 800m 이상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마천 옻순은 고소하고 특유의 향과 맛이 난다.

마천 옻순은 대부분 주문 생산돼 물량이 전량 소진될 정도다. 전국의 식당 주인들이나 미식가들이 미리 주문한 뒤 옻순을 구입해가기 때문이다. 옻에는 우루시올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이 물질에 닿으면 심한 가려움을 겪는다.

옻은 옻껍질, 옻진, 옻순 등 3가지 용도로 쓰이고 있다.

옻껍질은 껍질을 벗겨 쪄서 말리거나 생으로 말려 약재나 음식에 넣어 먹고, 옻진은 겨울에 진을 생산해 민간요법에 만병통치약으로도 쓰였다.

지리산 함양 마천 옻나무에서 생산된 옻껍질과 옻진은 웰빙바람을 타고 생산량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옻순은 지금시기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생으로 먹을 경우 옻을 탈 수도 있어 열을 가해 데쳐 먹거나 튀김 또는 전으로 요리를 해 먹는다.

최근에는 옻초무침과 된장무침, 옻닭, 옻전, 옻튀김, 옻장아찌, 옻효소 등 계절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도록 진화됐다.

예전부터 선조들이 옻닭을 먹었던 것은 옻을 오르게 하는 성분인 우루시올의 알코올기를 휘발시키고, 동물성 단백질을 중화시킴으로써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약하게 하기 위한 지혜였다.

옻순을 딸 때는 옻에 익숙한 베테랑이라도 긴 팔옷에 장갑은 필수다.

이와관련 옻순 재배 농민인 허상옥(54) 씨는 "옻순을 따다 보면 옻이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지역에서는 밤 잎을 삶아서 목욕을 하기도 하고 날계란 흰자나 오이, 참외를 썰어 팩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허 씨는 "옻순은 목숨을 걸고라도 먹어야 하는 나물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고의 건강 식품"이라며 "마천 옻은 예전부터 고관대작들이 즐겨 먹는 건강식품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옻(순)의 효능은 각종 염증제거에 특효가 있으며 몸이 차거나 암환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위 기능을 강화시키고 뼈에 영양분을 공급해주어 신경통, 골수염, 관절염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옻나무 작목반 동민호 회장은 "예로부터 옻은 약용은 물론 가구칠 등 생활에도 유용한 작물이었다"며 "봄에 처음 올라오는 옻순 역시 없어서 못파는 귀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류영신 기자 ys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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