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당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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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앞 사고 해상에서 오징어잡이 배가 환하게 불을 밝힌 가운데 밤샘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국내 구명정(구명벌) 정비·검사 업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한영기업㈜ 김상일(74·사진) 대표이사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누구보다 참담했다. 세월호 침몰 때 제대로 펴진 구명정은 단 1개.

김 대표는 텔레비전 뉴스 화면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46개의 구명정 중 한 개밖에 펴지지 않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27년 동안 사람 살리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업체를 운영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구명정 정비·검사 업체 대표
성금 1억 원 본보에 전달 의사
사고 후 한국 기업에 불신 커져
"정부 감독 철저히 해야" 쓴소리


김 대표는 22일 오후 업계를 대표해 유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사죄하기 위해 성금 1억 원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부산일보사에 밝혀왔다.

국내의 구명정 정비 업체는 약 40여 개로, 해양수산부로부터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는 구명정 안전 검사를 할 수 있다. 이들 업체의 안전 검사와 정비를 통과해야만 출항을 할 수 있다.

세월호의 구명정은 목포에 본사를 둔 기업의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구명정은 수심 2~4m의 수압이 가해지면 저절로 펴지도록 되어 있으며, 검사 때는 선박의 모든 구명정을 펴서 상태를 살핀다.

김 대표는 검사와 정비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구명정이 펴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너무나 황당한 일이라 원인을 추측할 수가 없다"면서 "구명정 자동이탈 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정비 때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구명정은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확한 검사가 필수적이며, 정비·검사 업체에 대한 정부의 감독도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업계에 쓴소리를 해왔는데, 이번 일로 관련 업계 전체가 비난을 받고 있다"고 탄식했다.

해외 선박 검사가 전체 업무 중 60%를 차지하고 있는 한영기업㈜도 이번 사고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고 발생 후 해외 업체로부터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화를 수차례 받고,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취소당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수치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기업이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직업윤리 의식을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성금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실종자 가족과 유족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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