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승용차 묶어라" "안 된다" … 긴급점검 불똥에 '선적 승강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제주 카페리선 비상

22일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6천676t급 카페리선 서경파라다이스호에 화물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희경 기자

카페리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로 국내 연안 여객 업계가 비상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로 승객은 급감했고, 국민들의 눈도 싸늘하다. 여객 선사들도 사고 이후 엄격해진 안전 잣대에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21일 오후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의 대합실은 한산했다. 그러나 부두에 정박된 6천676t급 카페리선 서경파라다이스호 주변에는 각종 물품들을 싣느라 일손이 분주했다. 부산 유일의 국내 카페리 정기선 업체 ㈜서경카훼리가 서경아일랜드호(5천223t)와 함께 부산~제주 구간을 운항하고 있는 선박이다.

해경 '서경파라다이스' 현장 점검
차량 고정 문제로 인부들과 마찰
컨테이너는 평소보다 더 잘 묶어
배에 실린 트럭 과적 여부 단속도


서경파라다이스호 1층에는 철근과 사료, 비료, 라면과 과자 등의 각종 물품이 실렸고, 2층에는 승용차와 버스 등이 실렸다.

한창 선적 작업이 진행되던 오후 5시께 2층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점검을 나온 해경에서 새 승용차까지 바퀴 받침목 외에 띠나 체인 등으로 철저하게 고정을 하라고 하자 하역 인부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발한 것.

한 인부는 "새 차의 바퀴 등에 체인을 묶어 긁히기라도 하면 차주들이 가만 있겠느냐"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으로 수출하는 차들도 받침목 외에 고정하는 장치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카페리선 2층에 적재된 승용차. 강희경 기자

이에 선사에서는 조만간 차량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 고정띠를 발주해 앞으로는 신차도 꼼꼼히 고정시키기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인부들은 1층에 적재된 철재와 컨테이너 박스 등도 쇠사슬로 칭칭 감아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고정을 했다. 일부 화물은 밧줄로 고정되기도 했지만 곧 쇠사슬로 교체했다.

정원 650명인 이 카페리에는 이날 고등학교 단체 수학여행이 취소돼 승객 123명만 탑승했다. 화물은 169t, 차량은 116대(승용차 88대, 트럭 28대)가 실려 기준 화물 2천650t을 밑돌았다. 일찌감치 화물 고박 작업을 끝낸 서경아일랜드호는 오후 7시 제주로 정시 출항했다.

서경카훼리 류현주 회장은 "세월호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승객들이 급감해 안타깝다"면서 "그러나 우리 선박은 일본에서 수입했지만 개조를 안 했고 국내연안여객선사 중 유일하게 국제 기준에 맞는 여객선안전증서를 보유할 정도로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페리선을 이용하는 화물 트럭의 과다 적재는 운항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1일과 22일 연안여객터미널에서는 부산시 과적단속반이 나와 카페리선을 이용하는 트럭들의 과적 단속에 나섰다.

22일 오전 과적단속반의 이동 단속에 7t 트럭 두 대가 적정 적재량인 7t 보다 각각 3배 이상 많은 22t과 24t의 화물을 실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화물연대 명예과적단속요원인 임광호(47) 씨는 "카페리에 화물을 과다하게 적재한 트럭이 다반사로 있어 안전 운항에 큰 위협이 되지만 도로법 단속 기준에 못미쳐 단속이 안된다"면서 "각 트럭들의 중량에 비례해 화물 적재량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