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미래를 보다](4)틈새 파고드는 신생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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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온라인 미디어 "도전만이 살 길이다"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 '저널리즘 신생 미디어' 세션에서 대담을 하고 있는 신생 미디어 대표들. 박세익 기자

지난 4일 오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 현장. 핀란드에서 온 LEIA Media의 CTO 발테리 할라(Valtteri Halla)의 깜찍한(?) 프레젠테이션이 활기를 불어넣었다.

노키아와 인텔에서 개발자로 경험을 쌓았다는 그는 얇은 킨들과 비슷한 태블릿PC 모양의 '라이브 페이퍼(Live Paper)'를 손에 들었다.

그는 "라이브 페이퍼는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고, 앞으로는 몇 번 쓰고는 쉽게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그날의 새로운 뉴스를 업데이트해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소개했다. 전등 불빛을 통한 충전만으로도 충분히 신문을 읽을 수 있어 친환경적이며, 앞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전망이 매우 밝을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제작과 유통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종이 신문의 단점과 여전히 강한 신문에 대한 수요 사이를 파고드는 틈새 아이템인 셈이다.

핀란드 LEIA 미디어가 소개한 라이브 페이퍼 소개 프레젠테이션 영상. 박세익 기자

"이것이 종이 신문을 한계를 없애주고, 종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미래의 플랫폼"이라고 그가 단언하자, 당장 질문이 쏟아졌다. "더이상 새로운 디바이스를 원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전자신문을 사도록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태양빛이 강렬하지 않은 핀란드에서 디바이스에 문제가 없을까?"

신생 온라인 미디어에게는 자신을 알릴 기회의 장이기도 했던 올해 ISOJ에는 다양한 새내기 '틈새 미디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호미사이드 와치(살인범죄 감시자·www.homicidewatch.org)'도 그들 중 하나였다.

일회성으로 그치고 마는 기성 언론 사건 보도의 한계를 넘어서,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파헤쳐 이를 보도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사건보도 전문 온라인 매체'를 표방한 것이다.

강력범죄 전문 신생 미디어 `호미사이트 와치` 메인 페이지.


로라 아미코(Laura Amico) 대표는 "2012년 첫 출발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부부가 힘을 합해 시작한 것이 점점 도시를 늘려가고 있고, 인턴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정말 죽을만큼 힘들긴 하지만, 사건의 시작부터 판결까지 피해자와 가해자, 독자의 입장에서 사건별로 취재하고 심층 분석해 뉴스로 재구성한다"고 이야기했다.

'나우디스 뉴스(NowThis News·www.nowthisnews.com)도 신생 벤처 미디어. 짧게는 6초에서 15초, 보통 30초 내의 짧은 영상 뉴스를 1만 건이 넘도록 서비스해 급속하게 늘어나는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독자들을 흡수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캐서린 잘레스키 편집국장은 "콘텐츠의 95%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제 스마트폰 앱 하나만으로 세계 어디서든 생방송 뉴스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며 "신문사도 방송 뉴스에 적극 진출해 모바일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이를 브랜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1일 나우디스 뉴스 사이트에서는 참혹한 세월호 침몰 사고 영상 뉴스와 미국 내외의 주요 뉴스를 30초 내외의 길이의 영상을 이어서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사이사이에 짧은 광고 영상을 넣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미국 신생미디어 `나우디스 뉴스`의 메인 페이지.


'PolicyMic(www.policymic.com)'은 세상사에 둔감한 젊은이들에게 맞게 소셜 미디어형 정치 뉴스를 서비스하는 매체다. 제이크 호로위츠(Jake Horowitz) 대표는 "젊은 사람들은 이제 홈페이지보다 소셜 미디어로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포그래픽과 영상을 활용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이들의 뉴스는 텍스트와 영상, 인포그래픽이 어우러진, 시각에 민감한 세대에게 알맞은 콘텐츠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듯 디지털스토리텔링을 추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미디어가 온라인 저널리즘의 기대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콜럼비아의 신문 'La Silla Vacia'나 멕시코의 소셜 뉴스 미디어 'Fusion'도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심포지엄에서 소개했다. 기존의 뉴스를 영상 등으로 재가공해 이를 소셜 미디어로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모델이다. 그들에게는 '월드 와이드 웹'이 아니라 실시간 뉴스를 의미하는 '월드 라이브 웹'이 온라인 저널리즘의 돌파구라는 신념이 확실히 자리 잡은 듯했다.

대만의 신생 디지털 미디어 '뉴스렌즈(The News Lens)'를 운영하는 조이 청(Joey Chung) 대표는 "180여 명의 필자가 일상 생활을 다루는 뉴스, 공정하고 정확하고 신뢰도 있는 뉴스를 보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역시 정부의 간섭으로 언론 보도가 자유롭지 못하고, 뉴스 포털에 지배당한 환경의 틈새를 파고든 아시아의 대표 사례인 것이다.

미국 오스틴=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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