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 젖은 단체 수학여행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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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대참사를 계기로 '소몰이식' 단체 수학여행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학교 밖 교육 활동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체험학습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부모들은 수학여행 전면 중단에 이어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교육부에 안전한 체험학습 여건 조성 때까지 당장 체험학습 전면 중단 발표 및 체험학습 취소 학교의 위약금 면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학부모단체, 폐지까지 주장
최저가 입찰로 한곳에 몰려
제값 치르고도 위험에 노출


수학여행 자체보다 타성에 젖은 수학여행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 모임'은 "비슷한 시기에 한정된 장소로 최저가 입찰을 통해 집단 여행을 가다보니 학생들이 제값을 치르고도 안전과 위생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며 "수학여행 폐지나 취소가 안전한 수학여행을 보장하는 대안이 될 수 없고, 교육당국과 지역사회가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교육청이 마련한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 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에는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답습적 활동을 지양하고, 1∼3학급 또는 학생 수 100명 이내 단위의 소규모 수학여행이나 특색 있는 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는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대규모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땜질식으로 추가되는 매뉴얼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2000년 학생 13명 등이 숨진 부일외고 수학여행 버스 연쇄 추돌 사고 이후 시교육청 매뉴얼에는 버스 대열운행 금지, 경찰차 호송 협조 요청 등이 추가됐다.

그러나 지난 3일 발생한 부산 경남중 수학여행 추돌 사고의 원인은 또다시 대열운행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시교육청 매뉴얼에는 교통수단 중 차량 운전자 적격 심사 등 항목만 있을 뿐, 선박이나 비행기 이용 때 참고할 지침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교조 부산지부 정한철 정책실장은 "부일외고 버스 참사 이후에도 한동안 수학여행을 몇 개 반씩 나눠 가도록 권장했지만 몇 년 가지 못했다"며 "학교 재량에 맡길 게 아니라 교육당국이 보다 안전하고 교육적인 방향으로 체험활동의 규모와 성격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진고등학교는 이미 2012년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을 통해 테마형 수학여행 계획을 세워 학급별로 각각 수학여행을 떠나고 있다.

교사는 안전 점검과 교육적 방향 설정만 돕는다.

김형두 교장은 "30명 정도가 움직이면 위기상황에서도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고, 토론을 통해 여행지를 정하는 과정을 통해 리더십이나 인성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곽명섭·최혜규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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