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현장 이모저모] '사망 명단' 화이트보드 추가되자 "다 죽었나 보네"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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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6일째인 21일 오전 5구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된 가운데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화이트보드에 적힌 시신의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9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대표 회의를 꾸리면서 사고 인원이 가장 많은 단원고 학부모들이 자녀의 이름이 쓰인 명찰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실종자 가족을 사칭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직계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끼어들면서 의견 단합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학부모들은 직계 부모만 모여서 의논하기로 결정했고, 명찰을 착용한 채로 체육관 2층에 반별로 앉아 대책을 마련했다. 명찰을 착용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전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20일 일요일을 맞아 종교 활동을 하는 실종자 가족들은 인근 종교 시설을 찾아 희망을 기도했다. 전남 진도군 내에 있는 교회와 성당, 사찰에서는 진도실내체육관까지 셔틀버스를 제공했으며, 체육관 내 공설운동장에서도 예배와 미사가 열렸다.

팽목항에서도 실종자 가족을 위한 예배가 열렸다. 특히 이날 부활절을 맞아 기독교 신자들은 옛사람은 죽고 새 사람으로 부활하는 부활절의 기적이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찾아올 수 있기를 기도했다.

친인척 대거 방문 팽목항 마비
단원고 학부모 자녀 명찰 착용
기자협 보도 가이드라인 발표


○…남도의 조그만 항구였던 진도군 팽목항은 이제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몰려오는 곳으로 변했다. 특히 주말 동안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친척과 친구들이 몰리면서 경찰이 팽목항 입구를 통행하는 차량을 차단할 정도였다. 이들은 지친 실종자 가족들을 대신해 자리를 지켰고, 사체가 발견될 때마다 가족들이 실신하자 가족을 대신해서 신원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한 남성은 "실종자 가족의 친구라 위로해주려고 왔는데 친구를 두고 서울로 돌아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사망자 수가 60명을 넘어가면서 팽목항 가족대책본부의 상황판 개수도 늘었다. 사망자 명단을 쓰는 화이트보드가 하나 더 들어오자 가족들은 "다 죽었나 보네, 이제 다 죽었어"라며 눈물 바다를 만들었다. 화이트 보드에 쓰이는 글자 수만큼 가족들의 울음소리도 커졌다. 가족들은 기약 없이 그저 화이트보드 숫자가 더 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20일 새벽부터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도 한바탕 울음바다가 됐다. 강단 앞에 마련된 전광판에 수습된 시신의 인상착의가 올라 올때마다 여기저기서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신과 함께 학생증이 같이 발견된 경우는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신원 미확인 시신의 인상착의를 쓴 종이가 체육관 출입구에 붙어져 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종편채널 MBN이 민간잠수부를 사칭한 홍 모(26) 씨의 허위 발언을 보도해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자협회가 20일 오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세월호 참사 보도는 신속함보다는 정확성에 중점을 둘 것,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할 것, 자극적 영상이나 선정적 어휘 사용 자제 등 10가지 당부 사항이 담겨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와 함께 오는 23일 재난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재난보도 세미나를 개최키로 한 데 이어 이른 시일 안에 '재난보도 준칙'을 제정할 방침이다.

○…현장 구조지원을 나선 해군 대조영함에서 화물승강기 정비작업을 하다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된 승조원 윤모(21) 병장이 19일 끝내 숨졌다. 윤 병장은 전역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해군은 윤 병장에 대해 순직처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22일 오전 제주방어사령부 연병장에서 영결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김한수·박진숙·장병진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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