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참사 외신 반응 "세계 최고 인터넷·조선소 무슨 소용인가, 아이들 목숨 못 건지는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가장 좋은 스마트폰, 뛰어난 조선소가 있으면 뭐하나.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도 없는데….'
19일(현지시간) 르몽드는 세월호 선장 구속 등 여객선 참사 속보를 전하면서 한국 네티즌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난 16일 이후 대한민국은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20일 CNN은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자녀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한 부모의 말을 인용해 "그 어디에도 이런 지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무능·국민 분노 집중 조명
"그 어디에도 이런 지옥 없을 것"
"한국의 현대화 취약성 보여줘"
세월호 선장 행태 강력히 비판
외신들의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가 한국 정부의 미흡한 사고 수습과 선사의 구조작업 부재로 인한 국민 분노에 맞춰지고 있다.
20일 BBC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이 막아서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보도하면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의 여파가 정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실종 학생들의 부모들이 진도항에서 생존자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주검뿐이어서 항구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한국판 블로그 '코리아 리얼타임'을 통해 한국 인터넷에는 우왕좌왕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박근혜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18일자 1면에 "생존 희망이 사라지고 인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중 전문가를 인터뷰한 별도 기사에서 추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신문은 에어포켓 내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독성물질로 변해 구조장비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발전된 국가도 안전위기에 직면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의 현대화 수준을 묻는 시험"이라며 "한국의 생활 수준은 선진국에 가깝지만 위기 대처 모습은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 이번 재난은 (한국) 현대화의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 꼬집었다.
외신들은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승객을 남겨둔 채 먼저 탈출한 것이 선장의 형사책임이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깨고 이 선장이 먼저 탈출했다"고 전했다.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 이후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자랑스러운 전통이 승무원들 사이에 이어져 왔지만 2012년 1월 이탈리아 초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를 버리고 탈출한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선장에 이어 이 선장이 두 번째로 타이타닉 전통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당시 스케티노 선장은 승객의 안전을 돌보지 않은 채 탈출했고 탑승객 4천 여명 중 32명이 사망했다. 선장은 직무유기죄로 2천697년 형이 구형됐고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다.
CNN도 '선장이 배를 포기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승객보다 먼저 탈출해 살아남은 세월호 선장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와 대비되는 행태로 '허드슨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사고기 기장의 행적을 예로 들고 있다. 지난 2009년 이 여객기가 엔진 고장으로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을 당시, 기장은 여객기가 가라앉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150여 명의 승객이 모두 대피한 것을 확인한 후 가장 마지막에 기내에서 빠져 나왔다.
강승아 기자 se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