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화 긴 여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25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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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BISFF 개막작으로 상영될 디에고 모디노 감독의 '환상의 순간'. BISFF 제공

'짧은 영화 긴 여운'의 단편영화 축제인 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센텀시티 영화의전당과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중앙동 또따또가에 있는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경쟁부문 출품작(2천76편)은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2천225편)보다는 소폭 줄었어도 여전히 2천 편 이상이 몰렸다. 이 가운데 영화제에서는 경쟁작 52편(국내 14편, 해외 38편)과 초청작 63편 등 128편이 관객들과 만난다.


■개·폐막식

오는 25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올해 영화제의 막이 오른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에 동참하기로 한 BISFF는 개막일 포토월과 레드카펫 행사 등 이벤트성 행사를 자제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영화제를 치르기로 했다.

29일까지 영화의전당 등서 상영
경쟁작 52편 등 128편 관객 만나


개막작은 지난해 BISFF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환상의 순간'(Ephemeral·디에고 모디노 감독)과 역시 지난해 로카르노 영화제 단편부문 '미래의 표범상' 수상작인 '라파엘의 길'(알레산드로 팔코 감독)이 잇달아 상영된다. '환상의 순간'은 아름다운 환경에서 성장한 소녀가 폐허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과 만나 빚어지는 환상적인 순간을 영화로 만들어 냈고, '라파엘의 길'은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서서 나폴리 변두리에 사는 열세 살 소년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 주는 한편으로 그가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오는 25일 BISFF 개막작으로 상영될 알레산드로 팔코 감독의 '라파엘의 길'. BISFF 제공
29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리는 폐막식은 공식 경쟁부문 대상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9개 부문에 대한 시상식에 이어 대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상영하고 마무리된다.


■올해의 프로그래밍 기준

올해로 31회를 맞는 BISFF는 '단편다운' 영화에 초점을 맞췄다. 단편영화제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는 뜻을 안팎으로 내보이는 것이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모험과 도전의 가치를 높이 샀다. 더불어 주절주절 이야기로 늘어놓는 것보다는 함축적인 이미지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에 무게를 뒀다.

홍영주 수석프로그래머는 "왜 지금 여기서 단편영화인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영화들을 경쟁부문에 엄선했다"며 "올해 신설한 '클로즈업' 섹션에서 오버하우젠 선언 특별전과 원신연 감독 특별전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오버하우젠 선언은 1962년 독일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에 참여한 26명의 젊은 감독이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며 예전에 없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내놓겠다고 밝혔던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말 배우 공유 주연의 '용의자'를 내놓았던 원신연 감독의 초기 단편은 이야기보다는 이미지가 중심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눈여겨볼 작품

공식경쟁부문에서는 수상 경력이 화려한 작품들이 다수 보인다. 지난해 콜롬비아 몬테리아 국제영화제 단편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고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세라믹 탱고'(파트리샤 시카 감독),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미스터 위블로'(알렉산드레 에스피가레스 감독), 올해 스페인 고야상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미네리타'(라울 델라 푸엔테 감독), 올해 독일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K플러스 단편영화상 수상작인 '콩나물'(윤가은 감독) 등이 눈에 띈다.

경쟁부문에 오른 한국 작품들 가운데는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하거나 2개 작품에 겹치기 출연한 감독 겸 배우도 있다. 사회가 원하는 '새것'이 되기 위해 취업 문턱을 넘나들며 숨 가쁘게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담백하게 그린 '중고나라'를 연출한 최경준 감독은 2012년 BISFF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반달곰'(이정홍 감독)에 첫 출연한 배우였는데 이번에는 감독으로 BISFF를 찾았다. '중고나라' 대본은 2년 전 그의 연기를 지도했던 이정홍 감독이 썼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서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구교환 감독은 이옥섭 감독의 '보경이'에 남자 주연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달 경성대 교수로 부임한 배우 조재현이 지난해 DMZ다큐멘터리영화제 트레일러로 제작한 '김성수 할아버지의 어느 특별한 날'도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부대행사도 활짝

지난해 BISFF 대상 수상작 감독인 디에고 모디노와 2012년 대상 '원숭이 놀래키려고 닭 죽이기'를 연출한 옌스 아수르를 초청해 자신의 작품 세계, 작업 방식, 예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는 'BISFF 클래스'가 26일 오후 1시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 같은 시간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는 '웹 다큐멘터리 컨퍼런스'가 열려 IT와 영화예술의 융복합 가능성을 모색한다. 관객 리뷰단을 운영하는 모퉁이극장에서는 26~27일 주빈국 프로그램인 스페인 특별전에 초청된 영화 24편과 부산독립영화협회 작품을 특별 상영한다. www.bisff.org. 051-742-9600.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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