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되는 약 이야기] 머리가 지끈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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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의 심장내과 처방약을 조제해 "이번 처방엔 약 한 종류가 줄었다"고 복약지도를 했다. 이런 복약지도를 하지 않으면 약을 잘못 지었다는 항의 전화가 종종 걸려 온다. 그런데 그 여성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같은 약이 석 달 분 그대로 남아 있으니 그 약은 반품해 줘요"라고 했다. 이미 조제되어 나간 약은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법적으로 반품이 안 된다고 설명하고, "그 약을 왜 안 드셨어요?"라고 물었다.

지난번 처방약을 받아갈 때 그 약이 머리가 아플 수 있다는 복약지도를 받았고, 늘 아프던 머리가 그 약 때문인가 싶어 안 먹어 보았고, 그 결과 머리가 아프지 않았단다. 의사에게 그 말을 하니 이번 처방에서 그 약을 조절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 환자의 경우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협심증 약을 1년 정도 먹었다고 했다. "머리가 아프면 의사에게 말했어야죠. 1년이나 그냥 드시면 어떡해요?"라고 하니, "두통이 있다 말하면 병원에서 검사하자 할 것 같고, 검사하면 몇 십 만 원 드니 그냥 두통약과 피로회복제 드링크를 계속 먹었다"고 답했다.

이렇듯 약물로 인한 두통도 있다. 협심증약은 심장에 산소와 혈류를 공급하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약인데, 간혹 뇌혈관도 갑작스럽게 확장시켜 두통을 야기할 수 있다. 이 환자가 받은 협심증 약은 복용한 환자의 10% 정도가 두통을 겪는다고 한다. 협심증약 외에도 고혈압약도 두통을 유발한다.

이렇게 약물로 인한 두통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두통 때 필요 없는 검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약을 먹으며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약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한편 통증이 있을 때 약에 의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고 하여 무조건 참는 사람도 있다. 젊은 층에서 특히 그런 경우가 있는데, 진통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카페인이 든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는 경우는 좀 다르다. 진통 성분에 대한 내성은 없지만 카페인에 대한 내성은 생길 수 있어 이를 자주 복용하다 보면 카페인의 중독성 때문에 진통제를 끊었을 때 다시 두통이 이어져 진통제를 찾게 된다.


정명희


일신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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