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상인 비밀노트] '부평통닭' 최영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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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맛 배우려고 다른 가게 쓰레기통 뒤져"

부산 중구 부평시장 '부평통닭' 최영주 사장(오른쪽)과 아내 배정미 씨가 1980년대 시장에서 팔던 '옛날통닭' 식으로 닭을 푸짐하게 튀겨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여기가 옛날 '거인통닭' 자리거든요. 6년 전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그 집인 줄 알고 들어왔던 손님들이 '치킨 맛이 왜 이러냐', '이게 닭이냐'고 화를 내고 돌아가셨어요. 초기엔 욕 엄청 먹었습니다."

부산 중구 부평시장 '부평통닭' 최영주(39) 사장은 2008년 가게를 열었다. 형과 함께 해운대에서 운영하던 파이&타르트 가게가 망한 뒤 할 수 없이 직장으로 복귀한 뒤였다.

레시피 개발에만 4년 걸려
채소 말린 가루로 맛과 향 살려
큰 닭 사용 푸짐한 양에 놀라
"어려운 사람에게 꿈 주고 싶어"

"어머니가 부평시장에서 35년 동안 순대 장사를 하셨어요. 유명한 통닭집이 확장 이전하면서 그 자리가 비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장사를 해 보라고 권하셨죠. '네가 가게를 일으켜서 다른 형제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제대로 한번 해 봐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장사가 잘 돼 지금은 형, 누나도 다대포와 조방앞에서 같은 장사를 하고 계세요."

'부평통닭'이라는 상호 아래 그가 개발한 레시피로 영업 중인 가게가 다대포에 2곳, 범일동에 1곳이 더 있다. 형과 누나, 지인이 운영 중인 지점이다.

"제대로 된 레시피 개발에만 4년이 걸렸어요. 처음 튀긴 닭은 손님들이 '이거 무슨 시멘트냐' 할 정도였어요. 온도를 잘못 맞춘 게 문제였습니다. 센 불에서 빨리 튀겨야 하는데, 낮은 온도에서 오래 튀기니 딱딱해진 거죠."

텃세 심한 시장 바닥에서 살아남기란 녹록지 않았다. 주변에선 3개월도 못 버티고 나갈 거라고 했다. 언제 문을 닫는지 보자며 내기를 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물론 도와주신 분들도 많아요. 맛없던 닭을 일부러 팔아주신 상인들도 계시고요. 하루 3~4시간씩 자면서 레시피 개발에 매달린 결과 지금은 하루 평균 50~60마리, 주말엔 100마리씩 팝니다."

처음엔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닭을 튀겼다. 맛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중엔 다른 치킨집의 맛을 모방하기 바빴다. 장사를 마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내와 함께 닭을 먹으러 다녔다.

"하이에나 같은 생존력으로 버텼어요. 아내랑 다른 치킨집 음식물 쓰레기통을 몰래 뒤져서 먹은 적도 있다니까요. 도대체 여기는 왜 그렇게 손님이 많은가 싶어서요. 인공향료를 쓰는 곳이 많아요. 바닐라향 같은 걸 첨가하는 거죠." 자체 레시피를 개발한 것은 2년 전이다. 각종 채소를 건조시켜 그 가루를 이용해 맛과 향을 낸다고 했다.

"TV를 보다가 사찰음식에 관해 어느 스님이 '음식은 자연적인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하시는 말씀에 '이거다!' 했죠."

30~40년 된 유명 치킨집들과 경쟁하며 후발주자로 살아남은 비법은 개성 있는 맛과 친절이다. 아내 배정미(39) 씨는 외국인 손님이 오면 스마트폰 통역 앱을 이용해서라도 대화를 나눌 만큼 서비스에 신경을 쓴다.

"푸짐한 양 때문에 닭이 한 마리가 맞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아요. 체인점들은 1㎏짜리 10호 닭을 주로 쓰는데, 우리는 1.3㎏짜리 13호 닭을 쓰거든요. 대신 체인점들의 마진이 15%라면, 저희는 60% 정도 됩니다."

최 사장의 꿈은 가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거라고 했다. "장사가 잘 돼서 100호 점까지 내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 간절한 사람들에게 꿈을 나눠주는 가게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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