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 절규 "열심히 한다면서 어떻게 한 명도 못 건질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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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봤지만 기다리던 아들, 딸들의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 '널뛰기'처럼 왔다 갔다 하는 정부 발표에 "대한민국이 이 정도 나라밖에 안 되었나"라는 분노가 저절로 치밀어오른다.

18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절망과 분노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다. "제대로 된 구조작업 한 번 없이 시간만 보냈다"며 해경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해경 등 관계자에 거칠게 항의
"제발 선내 수색 더 서둘러달라"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만 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잠수요원들이 세월호 선내에 진입했다는 정부 측 발표를 믿고 곧 낭보가 전해질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사고 발생 3일째를 맞아 이날을 넘기면 생존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진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장이라도 사고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도 애써 눌렀다. 한 학부모가 "우리가 가면 배 한 척이 구조 작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조금 더 참자"고 말하자 다른 가족들은 말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낮 12시 57분 세월호가 완전히 가라앉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은 돌변했다. 꾹꾹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는 듯했다. 속보가 나오는 TV를 몸으로 껴안고 한참을 소리 내어 울부 짖는 가족들도 보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있는 천막으로 몰려갔다. 가족들은 김 청장에게 다가가 "내 새끼 살려내라. 애들 너희가 다 죽였어"라며 소리쳤다. 김 청장은 상황을 알아본다며 사람들을 진정시켰지만 충격에 빠진 가족들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가족들은 "열심히 한다면서 어떻게 한 명도 못 건질 수 있느냐",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려고 여기 앉아있느냐, 배를 타고 현장으로 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구조상황을 하나하나 물었다. 수색을 더 빨리 서둘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크레인 회사를 직접 찾아가 그곳의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몇몇 실종자 가족은 배를 타기 위해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며 참았던 마음이 터져서인지 너도나도 사고현장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배에 모든 사람들이 탈 수는 없었다. 게다가 팽목항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에 체육관에서 온 가족들까지 겹쳐 승선자를 추려 내기가 쉽지 않았다.

몇몇 사람이 중재를 하려 했지만 답답함과 걱정이 가득한 실종자 가족을 중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아이들이 아직 바다에 있어요. 우리끼리 왜 싸워요"라며 다른 가족이 말려 겨우 사태는 진정됐다.

하지만 이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에게 "공기 주입기는 어떻게 됐느냐" "잠수부는 실내에 들어갔느냐"며 진행상황을 물었다. 속보를 통해 흘러나오는 내용이 실제와 다르자 "하나도 믿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숨기는 것이냐"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누군가가 살아있다면 그 사람은 꼭 살려야 하지 않겠냐. 제발 더 서둘러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장병진·박진숙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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