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자 광장] 텅빈 교실·뒤돌아 앉기·자살 소동… 참신하고 기발한 '만우절 추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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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만우절을 맞아 섬뜩하고 귀여운 장난을 친 낙동고 2학년 1반 학생들. 양진혁 부일청소년기자

화창한 봄날이었던 지난 1일, 부산 낙동고등학교 운동장에선 영어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영문에 귀 기울였다. 갑작스러운 야외수업은 만우절 장난에서 비롯됐다. 수업 시작을 앞두고 학생들이 선생님 몰래 운동장에 나가 있었던 것.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빈 교실에 당황했지만, 금세 운동장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찾았고, 아이들의 장난을 용인한 선생님의 재치로 즐거운 야외수업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에게 만우절은 오래전부터 유일하게 장난이 허용되는 날이었다. 소방서나 경찰서 상황실은 학생들의 허위신고로 몸살을 앓아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만우절 문화도 점차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난인 허위신고 전화는 전국적으로 2011년 69건, 2012년 37년, 2013년 31건, 올해는 3건으로 줄었다. 이제 학생들의 관심은 허위신고로 향하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의 만우절 장난은 주로 교내에서 일어난다.

이날 낙동고 선생님들은 대부분 깜짝깜짝 놀라는 경험을 해야 했다. 어떤 반은 책상을 모두 뒤로 돌리고 교탁까지 교실 뒤편으로 보내 선생님을 웃게 했다. 교탁과 책상을 모두 옆으로 돌려 선생님을 맞이하는 반도 있었다. 남학생 교실에선 학생들이 가발을 쓰고 여장을 한 채로 앉아 있어 선생님을 당황케 했다. 남자반과 여자반이 서로 교실을 바꿔 앉는 진풍경을 연출해 학생과 선생님 모두 웃음을 터트린 반도 있었다.

섬뜩한 장난을 친 학생들도 있었다. 2학년 1반 학생들은 SNS상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자살 장난'을 쳐서 담임 선생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학생들은 칠판에 '선생님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등 자살을 암시하는 문구를 적은 채 창가에 신발을 벗어놔 마치 창밖으로 뛰어내린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학생들이 각기 다른 자세로 창밖 운동장에 누워 있어 장난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정성훈(38) 1반 담임교사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곧 장난인 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내 어린 시절을 보는 듯, 학생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개발한 만우절 장난이 귀여웠다"고 말했다.

대학교에서는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는 등 재미있는 만우절 장난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예지(20·경상대 환경재료과학과 1학년) 씨는 하루 동안 교복을 입은 채 캠퍼스를 거닐며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이 씨는 "대학교 입학 후 첫 만우절을 특별하고 재밌게 보내고 싶어 친구와 함께 교복을 입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교복 입었던 때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진혁 부일청소년기자

낙동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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