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일기] 영혼을 갉아먹는 '악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에 이어 또다시 여객선 침몰이라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럴 때 비상식적인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바로 악성댓글인 '악플'이다.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이나 특정 사고사건에 대해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의 악성 댓글을 즐겨 올리는 사람을 '악플러'라고 부른다. 한자 '악(惡)'과 영어 'reply'를 합친 낱말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를 붙여 만든 말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만들어낸 온라인상의 악인이다.

악플러들은 사고를 알리는 기사 댓글에 우스갯소리를 주로 적는다. '풉 ㅋㅋㅋㅋㅋㅋ' '난리가 나면 여학생들 옷도 찢어지고 하겠지. 좋은 구경 놓쳐서 아쉽다'가 대표적이다. 사고나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악플도 있다. '누구나 죽고 사는 것은 똑같은데 왜 TV에 나오는 죽음 앞에서는 유독 휴머니티 넘치는 듯이 가식 부리냐'나 '아니 근데 겨우 몇 명 죽은 것 가지고 이 난리들이신지…'와 같은 악플도 보인다. 사고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정치적 비하 발언이나 지역감정을 조성하는 악플도 있다.

이런 악플에 네티즌들이 분노를 일으켰다. 악플에 수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고, 악플을 비판하는 기사나 SNS 게시물도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악플로 피해를 본 사람들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는다. 악플들을 캡처한 한 변호사는 공개적으로 나서서 유족들의 의향을 물어 고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사고를 겪은 부산외대도 법정 대응 의사를 밝혔다. 화가 난 여러 네티즌도 합심해 고소를 논의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악플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위로는커녕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막말을 하는 것은 어떤 심사일까. 인간으로서 어떻게 이런 글을 적을 수 있을까. 당사자 혹은 당사자 가족 입장에서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사회 수준이 발전하면 그에 맞는 시민들의 기본적인 소양도 성숙해져야 한다. 그런데 지독한 '위악' 속으로 숨어드는 사람이 악플러다. 악플은 결국 서로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악플의 기승을 막는 뚜렷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슬픔에다 악플까지 더해져 큰 충격을 입은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앞으로 더 큰 피해자가 나오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habong2056@ks.ac.kr


하봉우 시민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