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광장] 북한이탈주민 대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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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탈북자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향후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사진은 종교인들이 탈북자와 새터민을 위해 마련한 촛불기도회 모습. 부산일보 DB

베를린 장벽은 동독 주민들의 손에 의해 무너졌다. 1989년 동독 사람들은 서독으로 건너가기 위해 국경을 넘어 헝가리와 체코의 서독 대사관으로 몰려갔다. 동독은 이미 국경을 넘어선 이들의 서독행을 어쩔 수 없이 허용해야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동독 주민들은 너도나도 서독으로 가길 원했고 결국 대대적 시위로 번졌다. 동독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주민들의 여행 자유를 곧 허용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지시문을 잘못 이해한 관리가 기자들 앞에서 실수로 '즉시 여행자유를 허용한다'고 말해버렸다. 서독으로 가길 염원하던 동독 주민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국경수비대를 뚫고 직접 들고 나온 망치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동독 주민들이 열렬히 서독으로 가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서독이 탈동독 주민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원의 핵심은 탈동독 주민들의 완전한 자립이었다. 서독은 탈동독 주민들이 동독에서 취득한 자격증을 서독에서도 인정해 주었고 자격증 인정이 안 되는 경우 학업을 추가 이수할 수 있도록 장학금 혜택까지 주었다. 서독으로 이주한 학자들에게는 정부가 대학 측에 최장 2년까지 인건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또한 탈동독 주민들에게 일하면서 동시에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체에서 일과 훈련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고, 자영업 개업을 희망하면 유리한 조건의 융자를 제공했다.

탈북자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달력도 없는 독방에서 폐쇄회로(CC) TV로 샤워하는 모습까지 감시받으며 6개월간 감금됐다." 탈북자를 심사하는 중앙합동신문센터를 나온 한 여성의 증언이다. 가혹한 심사를 거쳐 정착한 대한민국 사회는 더 가혹하다. 북한에서 아무리 뛰어난 학위나 자격증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인정되지 않는 자격증에 대한 학비 지원도 50세까지 해 주었던 서독과 달리 35세까지밖에 해주지 않는다. 탈북자들의 자립에 대한 열악한 지원 때문인지 탈북자 75%가 무직이고 일하는 사람의 절반이 월 소득 100만 원 이하다. '그래도 북한보다는 낫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왔지만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자살률은 일반인의 2배가 넘는다.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는 "동독 주민들의 자발적 변혁 의지가 없었다면 결코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독일 통일의 주역은 동독 주민"이라고 말했다. 동독 주민들의 자발적 변혁 의지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서독의 탈동독 주민정책이었다. 통일 직전 서독은 동독주민들이 직접 망치를 들고 나와 베를린 장벽을 부숴버릴 정도로 가고 싶은 나라가 되어 있었다. 남북통일의 첫걸음도 여기에 있다. 북한 주민들 스스로 변혁 의지를 가지게 해야 한다. 변혁 의지의 시작은 탈북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우 개선에 있다.

pyonulist@gmail.com


표태준 시민기자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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