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상표 감춘 '로고리스 백' 거센 인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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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보다 개성… 꽁꽁 숨길수록 드러나는 '新명품'

로고가 거의 보이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과 연예인 협찬 등으로 국내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루즈&라운지' 매장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어머, 저 가방 어디 거지?'

'로고리스 백'(Logo-less Bag·로고 없는 가방) 열풍이 거세다. 명품 브랜드에서 시작된 '로고 숨기기' 바람이 최근에는 국내 가방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때 과시용 소품으로 여겨졌던 여성들의 핸드백이 이제는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눈에 봐도 명품임을 알 수 있는 로고가 선명한 것을 좋아하는 '명품족'들이 사라진 것은 아닐 터인데, 이처럼 '로고 숨기기' 바람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노노스, 2014년 스웨그족으로 진화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개점의 지난 1~3월 '로고리스 백' 관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4%나 증가했다. 침체된 핸드백 전체 시장의 매출과는 상반된 실적이다.

'로고'보다 더 폼 나는 '로고리스'
침체된 핸드백시장에 새바람
더 비싼 신진 브랜드로 차별화 욕구도
부산지역 백화점 올 매출 24% 성장
요우커는 큰 로고 선호 대조적


특히 이런 가방 구매 경향은 20~30대 소비자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로고리스 백' 관련 매출의 50%가 '2030 세대'의 소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백화점 측의 분석이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 제품보다는 차별화한 디자인의 제품을 즐기는 사람을 '노노스족'(No Logo No Brand·로고나 브랜드에 현혹되지 않는 소비자층)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말부터 '노노스족'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백화점 편집매장에서 클러치백(보통 손잡이나 끈 없이 껴안는 식의 작은 가방)을 구입한 직장인 S(31·여) 씨도 '노노스족'이다. 그는 가벼워진 옷차림에 맞는 클러치백이 필요해 여러 브랜드를 알아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했다. 지갑 사이즈 비슷한 가방 하나에 수십, 수백만 원 하는 명품을 사기엔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 씨는 "천연가죽의 색깔과 질감, 디자인이 맘에 들어 10만 원 좀 넘게 주고 국내 제품을 샀다"며 "내 가방이 좋아 보이는지 가끔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게 박힌 로고를 뚫어져라 쳐다 보는 아줌마들을 볼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말했다.

S 씨의 소비 성향은 최신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스웨그(swag)'와도 일맥상통한다. 원래 약탈품, 장물을 뜻하는 '스웨그'는 힙합에서 나온 말로 자기만족과 자아도취, 자유로움 등의 의미로 쓰인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대신 자신만의 멋을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고, 브랜드나 로고는 오히려 숨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쿨함도 '스웨그(swag)' 열풍으로 설명된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이런 추세에 맞춰 '로고리스 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브랜드 '루즈&라운지'를 지난 2월 입점시켰다. 이 브랜드는 입점 후 월 평균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내 찾는 '요우커'는 "로고 큰 게 좋아!"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여성들의 핸드백 구매 성향이 개성, 품질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주의'로 변화되고 있다"며 "명품 로고가 새겨진 가방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어느 옷에나 무난하게 연출할 수 있는 '로고리스 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로고리스' 역시 하나의 유행 현상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누구나 명품 가방 하나 정도는 소유하고 있을 만큼 명품 소비가 대중화 되면서 남들은 모르는 로고, 더 비싼 신진 브랜드로 자신을 차별화 하려는 욕구가 빚어낸 일시적 현상이라는 비판이다.

로고가 큼직하게 드러난 제품들이 이제 막 명품 소비에 눈을 뜬 소비자들을 위한 '입문형 명품'이라면, 로고조차 숨겨진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들은 '하이엔드(최고급) 명품'으로 구분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계 명품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인들의 경우 아직도 로고가 부각되는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큰 로고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브랜드 'MCM'의 매장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카드 소비 실적 분석 결과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잡화 브랜드는 'MCM'으로 나타났다. 특히 MCM의 로고를 활용한 백팩의 경우 중국인들 사이에서 '국민 백팩'으로 통할 만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부산점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로고가 크고 눈에 잘 띄는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며 "중국인들에게 워낙 인기가 높아 최근 면세점 리뉴얼 때도 MCM 매장을 크게 늘려 이전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는 신진 브랜드의 '로고리스 백'이 연예인 협찬 등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가 들고 나온 이탈리아 브랜드 '헨리베글린' 가방 등이 그 예다. 극 중 상류층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김희애의 가방은 대부분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 탓에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그 가방 어느 브랜드 거냐'는 질문이 인터넷 게시판을 장식할 정도다.

현대백화점 부산점 관계자는 "'누구누구 가방'으로 인기를 꽤 얻은 덕분에 '헨리베글린' 매장이 다음 달 1일 부산에서는 최초로 편집숍 안에 입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소량 생산되는 고가 명품 브랜드의 '로고리스 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신세계 센텀시티 측은 "배우 전지현이 착용했던 '콜롬보'의 '디누오보 월스트리트 백'은 2천500만 원대의 가격에도 완판됐다"며 "김희애가 든 같은 브랜드의 '베버리 백' 역시 3천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지만 별도 주문 후 몇 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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