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미술과 건축의 동거 협업과 경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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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 할 포스터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은 '로마 21세기 현대미술관'. 현실문화 제공

자하 하디드, 렘 쿨하스, 노먼 포스터, 렌초 피아노, 리처드 로저스, 프랭크 게리, 헤르조그 앤 드 뫼롱…. 명사의 반열에 오른 세계적인 건축가를 지칭하는, 이른바 '스타 건축가'(Starchitect)들이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최근 문을 열면서 건축과 역사적 장소성에 대한 논란이 한국에서 일어났듯 스타 건축가의 건축물에서는 장소성보다 '이미지 만들기'(Image-Making)가 돋을새김된다. 스펙터클하고, 거대하고, 번쩍거리며, 미래주의적인 스타일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데 충실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건물의 기능보다는 건물 표면의 효과가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콤플렉스 / 할 포스터
'콤플렉스'는 현대 건축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이미지 만들기'에 주목한다. 스타 건축가 못지않게 스타 비평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술비평가 할 포스터(프린스턴대학 미술사·고고학과 교수)가 나서 스타 건축가의 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안내한다. 때로는 협업으로, 때로는 경쟁의 형태로 서로를 만나 온 미술과 건축의 관계를 해부한다.

콤플렉스! 스타 비평가의 눈은 단연 이곳에 쏠려 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퇴임식에서 경계했던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복합체, 바로 그 콤플렉스다. 그런데 여기서는 군사와 산업이 아니라 미술과 건축의 그것이다. '미술-건축 콤플렉스'(Art-Architecture Complex)에 대한 그의 말을 들어 보자.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미술가들이 회화, 조각, 영상을 작품 주위의 건축공간으로 확장시켜 왔고, 또 많은 건축가들은 시각예술과 관계를 맺어 왔다. 이 두 분야의 조우는 현재의 문화 경제 지형에서 이미지 만들기와 공간 구성하기의 근간이 되는 지점이다. 미술관들이 점차 부각된 것은 이러한 관계를 중요하게 만든 부분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미술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은 흔히 신소재, 신기술, 뉴미디어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무엇보다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듯 건축이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건축 언어가 본래의 미술 언어가 갖고 있던 진정성이나 의미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자하 하디드의 건축 언어가 러시아 구성주의와 절대주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사실은 실패한 역사적 아방가르드를 단지 스타일로 되살리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나아가 현대 건축이 심혈을 기울이는 표면 혹은 외양 중심주의의 작동 원리를 '이미지 건물' '글로벌 스타일' '가벼운 근대성' 등의 용어로 포착해 내고 있다. 할 포스터 지음/김정혜 옮김/현실문화/392쪽/2만 8천 원.

임성원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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