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미래를 보다](3)텍사스트리뷴 에반 스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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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온라인 대안언론의 새로운 도전"

지난 3일 텍사스 트리뷴 에반 스미스 대표가 스튜디오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박세익 기자

지난 3월 10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세계적인 음악 축제 '사우쓰 바이 사우쓰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 행사장에서는 백악관을 바짝 긴장하게 하는 이벤트 하나가 진행됐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행위를 폭로한 위키리크스 파문의 주인공인 에드워드 스노든을 미국 내에서는 처음으로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이를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것이다. 보수적인 텍사스 주에서 '고립된 진보 도시'라 불리는 오스틴이긴 하지만, 분명 미국을 들썩이게 할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생중계를 진행한 언론사는 '텍사스 트리뷴(The Texas Tribune·www.texastribune.org)'. 광고 없는 디지털 비영리 대안언론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이날 생중계는 203개국에서 27만 명이 시청하는 대박을 터뜨렸고, 한때 이용자가 몰려 서비스가 중단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텍사스 트리뷴 에반 스미스 대표가 제시한 에드워드 스노든 생중계 결과. 박세익 기자

지난 3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오스틴을 찾은 한국기자단은 '텍사스 트리뷴'을 방문했고, 비영리 온라인 미디어의 모범 답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을 회의실로 안내한 에반 스미스(Evan Smith) 대표는 선뜻 모든 업무 공간을 공개했다. 그는 이틀 뒤인 5일 텍사스대에서 진행된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서 워싱턴포스트 마틴 배런 편집장과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에반 스미스 대표에게 에드워드 스노든 인터뷰 생중계와 관련해 외부 압력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곧장 "와우, 정말 당연한 일이었다!"고 소리쳤다. "정부와 각종 기관에서 주최측의 생중계를 하지 말라고 연락이 왔고 항의 메일이 밀려들었지만, 투명성과 공공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준과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등으로 봤을 때 생중계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게 미디어의 임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1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실현하자는 목적으로 탄생한 텍사스 트리뷴은 '월간 텍사스(Texas Monthly)'에서 18년간 일한 중견 언론인 에반 스미스와 벤처 사업가 존 써튼 등에 의해 설립됐다.그는 "지역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았고, 기자들도 줄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대안을 모색해 탄생한 것이 텍사스 트리뷴"이라고 말했다. 현재 텍사스 트리뷴은 지역 라디오와 30여 개의 신문, 방송사와 제휴해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 51명 가운데 26명이 기자이고, 절반 가까운 인력이 주의회를 출입한다.

온라인 대안언론 텍사스 트리뷴의 메인 페이지.

에반 스미스 대표는 "텍사스 트리뷴은 어떤 정치적 편향성이 없다. 교육 교통 환경 에너지 등 텍사스 주의 주요 정책뉴스와 분석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래서 사설도 없고, 선거 때 특정인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며 "대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저널리즘과 시민 참여 저널리즘에 주력하고 있다. 텍사스 주민이라면 누구나 텍사스 트리뷴 페이지를 찾아와 학교, 정치인, 교육계 인사 등에 대한 정보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하며, 직접 뉴스를 시연해 보였다. 텍사스의 모든 학교의 학생 구성과 예산 등은 물론 수도시설 현황, 정치인의 정당, 재산, 학력, 종교 등 실로 방대한 정보가 모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영적으로 일절 상업 광고를 하지 않고 있었다. 웹페이지에서는 후원 기업을 지지하는 내용만 올라 있다. 그는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투표를 하지 않는 곳이다. 사람들이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각종 재단과 기업의 후원, 회원제 소액 기부, 그리고 심포지엄이나 매주 한 번 정치인과 토크쇼 이벤트를 열고 인터넷 중계를 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당연히 모든 행사 영상은 축적돼 서비스된다"며 "이런 미디어 모델은 전에 없던 것이었고, 누구를 따라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난 3년 동안 대략 2천 300만 달러를 텍사스 트리뷴으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공공기관으로부터는 전혀 지원을 받지 않는다.

비영리 대안 미디어 텍사스 트리뷴의 직원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다. 레고가 가득한 사무실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며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세익 기자
에반 스미스는 스튜디오라 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대담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업무 공간으로 안내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술팀의 한 직원이 업무 공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온통 주변을 '레고 랜드'로 만들어 즐기며 일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비영리 대안 미디어라 해서 직원들에게 급여를 적게 주진 않다. 프로는 그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텍사스 트리뷴의 목표는 사람들이 더 사려 깊고, 생산적이고, 참여하는 시민들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늘 홈런을 치려고 한다. 임팩트가 있는 내용이라야 한다. 실패할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민 참여는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3일 방문한 비영리 온라인 대안 미디어 텍사스 트리뷴의 뉴스룸. 박세익 기자
에반 스미스 대표의 마지막 한 마디는 저널리즘의 미래상을 엿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전 매체에서는 증기선을 타고 가는 사람이었고, 모든 것이 느리기만 했어요. 지금은 스피드보트를 타고 있지요. 빨리 움직이고 있고, 실수할 수 있지만 그게 진보의 과정입니다. 미식축구에서 마지막 순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공을 던지지 않는다면 결코 경기에 승리할 수 없는 겁니다. 지금 모든 언론의 문제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 오스틴=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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