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절체절명의 순간, 5세 소녀 구한 고교생의 아름다운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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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애틋한 이야기

제주도로 이사가기 위해 부모와 함께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홀로 구조돼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권지연(5) 양. 권 양이 극적으로 구조되는 과정엔 한 고교생의 목숨을 건 헌신이 있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박호진(17) 군. 친구들에게 구조 순서를 양보한 박 군은 이윽고 자신의 차례가 돼 보트에 오르려는 순간 물에 흠뻑 젖은 채 갑판 위에서 울부짖는 권 양을 목격했다.

사고 발생 당시 권 양은 세월호 선내 4층 어린이방에서 쓰러진 자판기에 몸이 끼인 채 울고 있었다. 어머니와 오빠가 막내를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혀 등을 떠밀고, 한 남성 승객이 갑판 위에 권 양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부모 잃고 울고 있던 권지연 양
박호진 군이 안고 함께 탈출

박 군은 뒤로 돌아가 아무 생각 없이 아기를 품에 안고 구명보트에 뛰어올랐다. '무조건 애기를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찰나였다, 두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순간이었다.

권 양을 안은 박 군은 90도 이상 기울어진 배의 난간을 붙들고 "애기요, 여기 애기가 있어요"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박 군은 구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갑판으로) 올라갔는데 여자 아기가 하나 있어서 (구조선에) 태워달라고 해서 애기 타고 제가 탔어요"라고 설명했다. 해경이 구조 과정을 찍은 동영상에는 이러한 내용이 생생히 담겨 있다.

박 군은 "아기가 물에 흠뻑 젖은 채 울고 있기에 아무 생각이 없이 안고 구명보트로 뛰어내렸다"며 "섬에 도착해서 구조대원들에게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건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군은 "지금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악몽을 떠오르기 싫은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 군이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권 양을 구조하는데 나선 것은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개인사도 작용했다. 박 군은 "부모를 찾으며 울고 있는 아이를 두고 먼저 나올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권 양은 17일 새벽 할머니와 고모 등이 입원중인 병원에 도착하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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