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지금이 제철] 남해 창선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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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진하고, 식감 부드러워 '명품'

한국 대표 고사리로 각광받는 경남 남해군 창선면 고사리를 주민이 채취하고 있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이 자랑하는 지역 특산물 가운데 가장 '의외의 것'은 뭘까?

심심산골 지역에서나 나올 듯한 대표적 봄나물 '고사리'가 그 주인공이다. 남해군의 또다른 섬지역인 창선면 산자락 곳곳에는 '썬 캡'으로 무장한 아줌마들이 산밭을 헤매는 모습이 쉽게 목격된다.

한국 고사리의 대표이자, 지리적표시제 등록까지 한 명품 창선면 고사리가 제철을 맞았기 때문이다.

날씨 온화 해풍도 적당
생장에 최고의 입지
국내 생산량 40% 차지
연 100억대 '황제 작목'


완만한 창선면 산자락은 온화한 기온에다 적당한 해풍이 불어 고사리 생장에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향이 진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20여 년 전 창선면 동부지구로부터 조금씩 늘어난 창선면 고사리는 국내 전체 고사리 생산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황제 작목'이다.

남해 창선면에는 1천400여 농가가 500여㏊에서 고사리를 키우는 데 해마다 100억 원대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창선 고사리는 고기잡이보다 더 쏠쏠한 소득을 주민들에 안겨주고 있다. 기름값 많이 들고 신통찮은 어획량에 고된 뱃일을 감안하면 큰 힘 들이지 않아도 되는 고사리 농사는 고령화 마을에 안성맞춤이다.

이 곳은 봄철인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고사리 채취가 이뤄진다.

4~5일 만에 산자락 여기 저기에 빼꼼히 머리를 내미는 새순 고사리를 손으로 꺾어 수확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일손이 많이 든다. 주민들은 "이 시기에는 숙련된 일손을 창선섬 안에서는 다 구하지 못해 인근 삼천포, 고성, 진주 일대까지 나가서 일당 7만여 원이나 주고 일꾼을 구해와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가인리 식포마을 정 모 씨는 "남들이 봄꽃놀이를 가는 이맘 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 점심시간과 작업중간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절반을 고사리 밭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햇빛 좋은 날에는 집집마다 삶은 고사리를 길에 널어 말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강만옥 창선농협 상무는 "이 곳 고사리는 80%가량이 농협을 통해 계통 출하되고, 나머지 20%가량은 개인사업자를 통해 전국으로 판매된다"고 전했다.

창선농협은 주민들이 꺾어서 삶아 말린 고품질 고사리를 마을 순회차량을 통해 수거하고 계통출하도 해준다.

창선농협 관계자는 "지난해는 ㎏당 7만 1천 원을 웃돌았는데 올해는 이 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라며 "고령화와 인력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고사리 재배 농가에 모노레일 설치,저온저장고 건립, 고사리봉지 공급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남해군과 함께 매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규 기자 sunq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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