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교수형 직전 피해자 부모 용서로 목숨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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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란 북부지역 로얀에서 살인 혐의로 교수대에 선 발랄(눈을 가린 사람)이 교수형 집행에 앞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전통 관례에 따라 교수형을 당할 운명이었던 살인범이 기사회생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란 북부의 작은 마을 로얀에는 공개 교수형이 집행되고 있었다. 곧 교수형에 처해질 발랄이 교수대에 올라섰다. 그는 7년 전 한 남성을 살해한 범인이었다.

발랄은 지난 2007년 시장에서 당시 18세이던 압돌라 호세인자데를 싸움 끝에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싸움도 발랄이 시작했다. 그는 호세인자데를 밀쳤고 호세인자데가 발로 걷어차자 발랄이 흉기를 꺼내 찔렀다.

이란 전통 따라 공개 교수형 중
희생자 어머니가 따귀 때린 뒤
"용서해 주겠다" 올가미 걷어내
꿈 속 아들이 "복수 말라"고 해


발랄은 달아났지만, 결국 체포돼 재판이 진행됐고 6년 만에 사형이 선고됐다. 이후 호세인자데 가족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발랄의 처형 날짜를 연기했다가 이윽고 최종일을 정했다.

형 집행자들은 발랄의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 이제 피해자의 부모가 발랄이 딛고 선 의자를 밀어뜨리면 교수형이 집행된다.

이런 방식의 교수형은 이란의 전통적인 관례에 따른 것이다.

한데, 교수형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희생자의 어머니는 발랄에게 다가가 따귀를 한 대 때린 뒤 그를 용서하겠다고 밝혔다.

희생자의 아버지는 발랄에게 다가가 그의 목에 걸린 올가미를 걷어냈다. 발랄이 목숨을 구하는 순간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은 16일 이란 반관영 뉴스통신 ISNA를 인용해 "발랄이 형 집행 직전 피해자 가족의 용서로 목숨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발랄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희생자 어머니의 꿈 때문이었다. 교수형 집행 사흘 전 호세인자데의 어머니는 특이한 꿈을 꿨다. 숨진 아들이 자신은 좋은 곳에 있다며 복수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꿈이었다. 희생자의 아버지는 "그 꿈으로 아내가 상당히 진정됐고 우리는 사형집행일까지 좀 더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발랄이 사건을 일으켰던 당시 경험이 미숙했고 칼을 어떻게 다룰지 모르는 아이였을 뿐 일부러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부부는 과거 11세이던 작은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기도 했다는 점에서 발랄을 용서하기로 한 결정은 더 놀라웠다. 발랄의 어머니는 호세인자데 모친의 어깨를 끌어안고 함께 흐느꼈다.

한편 발랄은 피해자 부모의 용서로 목숨을 구했지만, 바로 석방되지는 않는다.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의 목숨을 구할 수는 있지만, 투옥 기간을 감해줄 수는 없다. 김종균 기자 kjg11@·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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