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배의 향기 이야기] ①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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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향을 맡는다는 것은 큰 행복

예부터 좋은 향은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하고, 좋은 관계를 도모해 준다고 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좋은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재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향을 맡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깨달을 차례다.

산속에 들어가 숲 치유를 할 때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후각이다. 후각은 어쩌면 인간이 잃어버린 수많은 감각기관 중 가장 원초적인 것일 수 있겠다. 후각의 대상은 향. 그 향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각종 사료에 따르면 3천400년 전 숨진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도 향이 발견됐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왕들은 자신의 영혼을 보존하는, 즉 미라의 부패를 막는 보존성 향료로 향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집트 향은 이후 그리스와 로마로 전해져 치료나 목욕할 때 활용됐다. 하지만 로마제국이 붕괴한 뒤 중세에 접어든 서구사회는 향을 터부시했다.

이 향이 서구사회에서 부활한 것은 10세기 아랍인에 의해서라고 한다. 연금술에서 향을 사용한 것이다. 향이 향수로 '진화'한 것은 14세기 무렵이다. 알코올에 각종 향신료를 섞으면 휘발성 향이 더 오래 유지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탈리아의 한 수도사는 16세기 초 유리병에 향수를 담아 내놓았는데, 이것이 향수병의 기원이 됐고 상류층을 크게 유혹했다.

향이 향수가 아닌, 치유 목적으로 다시 사용된 것은 20세기 초였다. 프랑스의 한 화학자가 라벤더 오일의 효능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아로마 테라피를 알게 됐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아로마 오일을 병사에게 발라 상처를 낫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아로마 테라피가 유행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이 자연 향을 통해 심신을 치유하고 싶은 까닭일 테다. 주거 공간에 향을 뿌려 새집 증후군을 없애는 '아로마 방향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어쩌면 식사 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행위도 커피가 갖는 고유의 맛보다 향 때문은 아닐까? 숱한 인공 조미료를 희석시키기 위한…. 현대인과 향은 이제 불가분의 관계다. venchi@live.co.kr


▶ 강원배는 어릴 때부터 아로마와 향수를 유독 좋아한 '향 덕후'다. 독일 유학을 거쳐 실내건축과 교수로 16년 동안 재직하다 자신의 원초적 관심사인 향을 파는 직업이 좋아 지난 2012년 아로마 전문기업인 '㈜위키그룹'을 창설했다.


강원배

위키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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