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뿐이던 아빠가 사랑한단 말을 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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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부산교구에서 주관하는 성요셉아버지학교 참가자들이 마지막 일정인 1박 2일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성요셉아버지학교 제공

"그림 속 십자가에 박힌 많은 가시는 아빠가 가족들에게 준 상처의 수만큼이에요." 한 참가자의 청소년 딸이 털어놓은 고백. 참가자들 얼굴엔 안타까움이 가득 찼다. "아빠는 귀가 어두운지 대답을 잘 안 해요." 다른 참가자의 아들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북부동 정하상바오로영성관. 가족이 함께 가족이 살아온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한 자녀가 대표로 가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천주교 부산교구가 진행하는 제3기 성요셉아버지학교 1박 2일 캠프의 한 프로그램. 이번 아버지학교에는 모두 46명의 아버지가 5주간 '아버지의 정체성'을 찾는 시간을 가졌고, 이날 캠프는 마지막 순서로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천주교 부산교구
성요셉아버지학교 캠프

"'조용히 해, 입 다물어, 자라' 세 마디뿐이던 아빠가 사랑한다 말을 건네요." 가족들이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안아 주기, 편지 쓰기 등 간단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화를 내거나 명령을 하던 아버지들이 가족의 기분을 묻고, 힘 내자고 권유하는 아버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간단하지 않은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고 칭찬하고 노래 부르는 일 자체가 아버지들에겐 쉽지 않다. 여기다 참가 아버지의 아버지들까지 회고해야 한다. 이날 캠프에도 "이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지 말고 네 아내,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되길 바란다"는, 한 참가자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가 낭송되기도 했다.

각 종교나 사회단체에서 아버지학교를 운영하지만 천주교 부산교구의 성요셉아버지학교는 자원봉사자들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 성요셉아버지학교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이번 3기에도 35명이 참여해 5주간 도움을 주고 이끌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의는 남다르다. "수십 년 가졌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로 '효과'를 봤거나 "새로운 참가자들 모습에서 다시 배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

성요셉아버지학교를 주관하는 송현 신부는 "부산교구 성요셉아버지학교는 다른 지역보다 출발은 늦지만 상당한 준비를 거쳐 알찬 프로그램들을 마련, 운영된다. 특히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없다면 운영되기 어렵다. 사람이 새롭게 바뀌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 5~8주라고 하는데 참가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서로 도우며 변화를 이끌어 낸다"고 밝혔다. 성요셉아버지학교는 신자, 비신자 모두 참가가 가능한데 이번 3기에도 7명이 비신자였다. 부산교구 측은 올해 하반기에 한 차례 더 아버지학교를 열 계획이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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