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미래를 보다](2)복스미디어 짐 반코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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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저널리즘의 새로운 화두 '뉴스 브랜드'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 현장에서 한국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복스 미디어(Vox Media) 짐 반코프 대표. 박세익 기자

올해 초 미국 언론계를 놀라게 한 작은 사건 하나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영향력 있는 청년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29)이 동료 두 명과 함께 신생 디지털뉴스 서비스 '복스 미디어(Vox Media·www.voxmedia.com)'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일간 신문 형식은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뉴스 콘텐츠 관리 시스템, 더 나은 플랫폼과 기술이 필요하다. 복스 미디어가 그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후로도 복스 미디어는 미국 내 유력 언론인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4~5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ISOJ). 그곳에선 '뉴스 브랜드 개발'이 가장 주목 받는 이슈로 떠올랐다. 신문 제호나 뉴스 채널 이름을 달고 매일 쏟아지는 틀에 박힌 뉴스를 넘어선 새로운 뉴스 브랜드가 저널리즘의 신생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복스 미디어 짐 반코프(Jim Bankoff·45) 대표를 만났다. 현재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뉴스 브랜드를 개발한 그는 넷스케이프와 AOL 메신저 서비스 등 여러 유명 사이트를 개발한 인물. 그는 '라이브8 콘서트' 웹캐스트로 비전통 매체로선 처음으로 에미상을 받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지난 4일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복스 미디어 짐 반코프 대표. 박세익 기자


ISOJ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된 그의 성공 스토리를 지난 4일 '디지털 시대를 위한 미디어 설립하기'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과 이튿날 카페테리아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복스 미디어는 The Verge(정보통신), SB Nation(스포츠), Polygon(게임), Eater(음식), Curbed(부동산·지역 정보), Racked(쇼핑), 그리고 최근 선을 보인 7번째 브랜드 Vox(스토리텔링)까지 독자들을 유혹하는 콘텐츠를 갖춘 세련된 디지털 브랜드로 미국 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Vox는 가치 있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성장하고 있고, 스포츠 브랜드 SB Nation은 매달 3천만 명이 찾고 있다. 모든 브랜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설계된 '코러스(Chorus)'라는 디지털 콘텐츠 관리 플랫폼 위에서 구현된다.

그는 "복스 미디어는 처음에 스포츠 블로그로 시작했다. 기존 뉴스를 다시 가공해 서비스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은 독자들이 가치(Value)와 질(Quality)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하나의 브랜드에 하부 카테고리를 나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전문화된 브랜드 사이트들을 만들게 유기적으로 연결하게 됐다"고 복스 미디어의 탄생 스토리를 소개했다.

짐 반코프 대표가 운영하는 복스미디어 메인 웹페이지.


반코프 대표는 그때부터 차별화된 인포그래픽, 애니메이션, 영상 뉴스 제작 등으로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랬더니 떠났던 독자들이 '넷 소문'을 타고 다시 돌아왔고, 복스 미디어에서만 접할 수 있는 뉴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덧붙여 서치엔진 최적화로 이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를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처음에는 뉴스를 재구성해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전달하는 모델을 시도했는데, 브랜드 인지도도 낮고 경쟁 매체도 많아 실패했다. 그래서 디자인과 그래픽, 수준 높은 영상과 글을 생산하는 전략으로 수정했고, 구글 등을 활용해 독자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결국, 신뢰도 높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쌓이면서 독자가 늘어났고, 수익이 창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코프는 "역시 성공의 열쇠는 재능 있는 '사람'에 있다. 글만 쓸 줄 아는 사람보다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다재다능한 사람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복스미디어는 저널리즘을 기본으로 영상과 모바일 콘텐츠, 그래픽 제작 능력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춘 유능한 인재들을 모으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고 한다.

지난 4일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서 복스 미디어 짐 반코프 대표의 기조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박세익 기자


그는 "사실 모든 걸 다 하는 사람을 찾는다기 보다는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와 의지, 문화를 가진 사람이 미래의 미디어 인재상"이라며 "삼성전자처럼 권위 있는 브랜드로 정착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브랜드들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공감하는 가치를 지닌 양질의 정보가 쌓이면, 그것이 어엿한 명품 뉴스 브랜드가 된다는 걸 그가 보여준 셈이다.

미국 오스틴=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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