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참사] '에어포켓'이 희망… 60시간 만에 구조된 사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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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얼마나 버틸 수 있나, 저체온증·산소 부족이 관건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실종자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실종자 대부분이 침몰한 배 안에 갇혔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견되지 않은 생존자들이 저체온증과 산소 부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생사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말한다.

선체 밖에서 구명조끼나 부유물에 의지해 생존해 있다면 저체온증이 가장 우려된다.

해난사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온이 10도 내외의 바다에 빠졌을 때 보통 1~3시간가량 생존이 가능하다. 진도 앞바다 수온은 12도로, 사고 직후 바닷물에 전신이 빠졌다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체는 차가운 물에 닿으면 체온을 빼앗기지 않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게 된다. 이때 몸이 심하게 떨리며 추위를 느낀다. 시간이 지나 체온이 약 32도에 이르면 신체는 체온 조절 활동을 서서히 멈추게 되고, 호흡 곤란과 심장 정지 등 생사를 가르는 반응이 나타난다. 이후 체온 조절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수온과 동일한 온도까지 내려간다.

만약 실종자들이 여러 명 함께 있는 경우, 몸을 비비며 체온을 나누면 생존 확률은 평균 수치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선체 안에 갇힌 이들은 저체온증과 함께 산소 부족이 우려된다. 현재 사고선박인 세월호 선체는 뒤집혀 선수 부분만 남겨놓고 완전히 침몰한 상태다.

생존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에어포켓(air pocket)'. 에어포켓은 선박 안에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으로, 선체가 뒤집힐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가 6천825t급의 대형 여객선이어서 공기가 있을 만한 여유 공간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나이지리아의 한 선박이 침몰했을 때 선원이 에어포켓에서 탄산음료를 마시며 60시간 만에 구조된 사례도 있다.

문제는 구조 여건이다. 한시라도 빨리 구조 활동을 펼쳐야 생존 확률이 높아지지만, 사고 해역의 물살이 거세고 날씨마저 흐려 구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도 앞바다는 우리나라 해역 중 물살이 두 번째로 거센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해경과 해군 등은 밤사이 수중 구조 작업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유속이 시속 8㎞에 달해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구조에 적절한 유속은 1.5㎞ 정도다.

구조대는 선체 안에 산소를 공급하며, 수중 구조 작업을 재차 시도할 계획이다. 17일 오전 8시 현재 사고해역 주변에는 해군과 해경 등의 선박 171대와 항공기 29대가 투입됐으며, UDT 대원 등 잠수요원 512명도 급파되어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김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형 해난사고는 익사보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체온이 30도까지 내려가면 신체의 정상적인 체온조절 활동이 멈추게 되므로 한시라도 빨리 구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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