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참사] 문제점 드러낸 재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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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지지 않은 구명정·미숙한 승무원 대응… 매뉴얼도 '실종'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운 실종자 가족들이 애타는 심정으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이번에도 인명구조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92명이 희생된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해난사고 재난대응 매뉴얼은 여전히 허술했다. 그동안 안전시설과 장비 등 선박의 안전성은 크게 강화됐지만 인명을 구하는 기법과 의식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침몰 시 자동 작동 구명정
"46개 중 2개만 정상" 증언

"승객, 갑판으로 대피시켜야"
전문가들 "안내 방송 잘못"

■운항관리실, 제 역할 했나?


세월호 침몰이 급격한 방향전환과 화물 쏠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천여객터미널의 운항관리실이 제대로 점검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운항관리실은 해경의 지휘를 받아 과적이나 정원 초과 등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출항을 통제한다.

화물뿐 아니라 구명정도 도마에 올랐다. 세월호에는 46개의 구명정이 있었지만 2개만 정상 작동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구명정은 선박이 침몰하면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풀려 물에 뜨게 되는 구조 장비다.

획기적인 구조방안이 없었던 것 또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실종자들이 선내에 여전히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제대로 구조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군과 해경 특공대가 기민하게 산소를 주입하고, 어떻게든 구조대가 선내로 진입토록 하는 방안과 장비 개발 등이 아쉽다"고 말했다.


■승무원의 대응도 문제

이번 참사는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안내방송 때문에 인명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승객들의 혼란으로 선체가 균형을 잃을 경우를 우려한 방송이라지만 상황에 전혀 맞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선박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박 맨 위 갑판, 즉 유보 갑판에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것이 사고대응 매뉴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삼열 전 해양심판원장은 자신의 SNS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모든 승객을 객실에서 나오게 해 유보갑판에서 구조를 기다리게 해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승객들 상당수는 선내방송만 믿고 선실 안에서 대기하다 갑자기 바닷물이 밀려들자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안전실 설치해야"

해양계에선 해양수산부내에 해양안전실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양 안전과 보호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실장이 이끄는 기구가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안전실 신설은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당시 급부상했으나 이후 타 부처 반대에 흐지부지된 바 있다.

해양계 관계자는 "여수 기름유출사고, 세월호 사고 등에서 드러나듯 연안 환경오염 및 인명사고가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다"며 "정부 조직을 현실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환 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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