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참사] "물 찬 뒤에도 '탈출하라'는 방송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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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가 전하는 당시 상황

탑승자들이 전하는 여객선 사고 당시 상황은 처참했다. 구조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순식간에 기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 모(16) 양은 "객실 안에 있다가 '쿵'하는 소리가 나서 나와 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해 중심을 못 잡고 넘어졌다"며 밖에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다 뒹굴고 있었다"고 충격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양을 비롯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때 넘어지면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들은 당시 배가 갑자기 기울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증언했다. 사업차 제주도로 가기 위해 여객선을 탔던 김도영(52) 씨는 사고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사람들이 벽에 부딪혔다"며 "얼마나 세게 부딪혔던지 객실 내벽이 다 부서질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구명조끼를 미처 입지 못한 사람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 주려 했지만, 구명 조끼가 배가 기울어진 쪽으로 깔려 있어서 꺼내기도 힘들었고 멀리 던질 수도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 60대 남성도 "배가 쓰러지면서 사람들 다리가 깔리고, 머리도 깨지고 난리였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물이 배 안으로 갑자기 들어오면서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둥둥 떠다녔는데 구명조끼가 문 입구에 걸리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가 기울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객실에도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어찬 물로 생존자들은 빠져나오면서 짐을 챙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사업차 제주도를 가던 한 50대 남성은 "배에 갑자기 물이 차면서 짐은 커녕 법인 도장 하나만 겨우 챙겨서 빠져나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40대 남성도 "배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서 휴대 전화를 비닐에 넣고 허리춤에다 묶었지만, 이마저도 물살에 휩쓸리면서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했는데도 선사 측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외에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단원고 박 모(17) 양은 "구명조끼를 입고 배 안에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으라는 방송은 나왔지만, 배가 기울어져서 물이 들어찬 후에도 탈출하라는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진숙 기자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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